애플은 13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하이테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된 '선진 제조 펀드'의 10억달러(약 1조890억원) 기금에서 3억9000만달러(약 4247억원)를 피니사에 투자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애플이 부품 독식이라는 시선을 직접 받지 않기 위해 교묘히 답을 피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애플의 피니사에 대한 투자가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경쟁 기업에 대한 3차원 센서 탑재 스마트폰 생산 능력을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가 가장 큰 문제라는 견해도 덧붙였다.
레이저는 AR 기능에 필수인 3차원 매핑용 센서로 이용되며 센서 성능이 높을수록 현실 영상에 대한 가상 영상의 고정 정밀도가 향상된다. 최신 기술을 탑재하는 신형 스마트폰일수록 VCSEL 확보가 생산량과 직결되는 셈이다.
이번 애플의 투자로 피니사는 폐쇄했던 텍사스 공장을 재개하고 '아이폰X'의 얼굴인증 시스템의 주요 부품인 VCSEL을 생산할 계획이다. 그리고 애플은 '아이폰6' 이후의 모든 아이폰에 탑재 가능한 AR앱의 제작을 조기에 착수할 수 있도록 응용프로그램 업체에 개발 도구를 공개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만 보더라도 라이벌 세력이 필요한 레이저를 확보할 수 없게 될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물론 이러한 사실에 입각해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은 이미 다른 곳에서 VSCEL을 조달할지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피니사와 루멘텀 외에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미래 AR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한 부품 확보 전략에서 애플에 '선수'를 빼앗긴 것만은 사실로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