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심 양형에 적용되지 않았던 내용을 추가해 이 부회장의 형을 늘리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반면 삼성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최대 무죄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이코노믹은 2심 결심 공판에 앞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을 ▲혐의vs의혹 ▲3대 증거 ▲재판부 판단 등을 골자로 ‘이재용 2심 등식’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안종범 수첩.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2014년 6월14일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작성한 총 63권의 수첩이다. 안 전 수석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지시 받은 내용이 단어 등으로 기술돼 있다. 주어와 술어의 구분 없이 단어 형태로 적혀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을 청와대와 삼성의 관계를 입증할 구체적 증거로 내세웠다. 특히 수첩에 기재돼 있는 ▲순환출자 해소 ▲엘리엇 등의 단어가 청와대와 삼성의 관계를 입증할 증거로 해석했다.
삼성 측은 안종범 수첩만으로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안종범 수첩은 전달-청취-작성이라는 3단계 방식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안종범 수첩에 ‘경영승계’라는 단어 자체가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대가관계 합의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반문했다.
1심 재판부는 안종범 수첩을 ‘정황증거’로 채택했다. 하지만 삼성 측 변호인단은 지난 10월12일 열린 2심 1차 공판에서 안종범 수첩이 정황증거로도 활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안종범 수첩이 원진술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닌 제3자인 안 전 수석이 작성한 전문이기 때문이다.
전문증거란 사실 인정의 기초가 되는 사실을 체험자 본인이 직접 법정에서 진술하는 대신 타인의 증언이나 진술서 등 다른 형태로 법원에 간접적으로 보고하는 방식이다. 형사소송법은 참고인 진술조서나 다른 사람의 증언 등 전문증거의 능력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삼성이 안종범 수첩에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특검은 안종범 수첩이 1심에서 존재 자체가 인정됐고, 안 전 수석의 증언과 다수의 증거가 결합돼 범죄사실 입증에 활용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이 문서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만 간접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