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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호의 일상향(日常向)] 시간에 대한 정의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

기사입력 : 2017-11-06 15:05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
“아무도 내게 묻지 않는다면, 나는 안다. 하지만 누군가가 물어 그것을 설명하려 하면, 나는 알지 못한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도 시간에 대해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영화 <오두막(The Shack, 2016)>은 관객들에게 시간에 대한 사유의 기회를 제공한다. 영화에서 교통사고의 시점은 두 개로 나뉜다. 주인공 맥은 오두막에서 신비한 경험을 통해 딸을 잃은 아픔을 치유하고 더 큰 사랑의 의미를 깨달은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고를 당한다. 사람들에게 그 사고는, 맥이 오두막으로 가는 길에 일어났다. 사람들의 입장에서 맥은 오두막에 도착조차 하지 못했다. 그것만이 사람들의 사실이다.
인간이 인식하는 시간은 시간의 실체가 아니다.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시간 체계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지구상의 물리적 법칙에 어긋나는 현상들을 사실로 인정하는데 어려워한다. 비교를 통해 사물과 사물의 성질을 구분하는데 익숙한 인간의 사고로 경험해 본 적 없는 다른 체계의 시간들 위에서 펼쳐질 삶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해진 시간 체계 안에서 한정된 공간을 오가는 동안 쪼그라든 인간의 사유 능력 탓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물질의 생성과 획득에 보내며 스스로 물질화 되어버린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그저 물질의 일종에 불과하다. 여러 자기계발서들의 표지를 장식한 ‘시간관리’라는 단어는 시간을 유한한 자원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물질 중심의 세계관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라는 세 가지 시간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차라리 과거의 현재, 현재의 현재, 미래의 현재, 이 세 가지의 때가 있다고 말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 셋은 마음 안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그것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의 현재는 기억이고, 현재의 현재는 직관이며, 미래의 현재는 기대다.” 시간에 대한 남다른 사유에 골몰했던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을 현재로 인식했다. 물리적 법칙에 따라 순차적으로 흐르는 시간 대신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로 연결된 통일체로서의 시간을 보았고 물리적 법칙에 갇히지 않는 심리적 시간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현대인의 몸과 마음은 시간에 붙박여 있다. 물질화 된 시간은 인간의 활동을 억압하고 인간의 정신을 통제한다. 스스로 만든 시간의 체계 안에 갇힌 채 인간은 시간에 끌려 다니며 과거를 후회하고, 현재를 걱정하고, 미래를 불안해한다. 시간을 무의미하게 소비하지 않기를 조바심치는 동안 자기 자신을 소모한다. 아무도 우리에게 묻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는 시간에 대한 우리만의 정의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인간의 시간 체계를 넘어서는 사유를 할 수 있다면 과거에 얽매여 자신의 한계를 규정하는 일도, 현실의 어려움에 허덕여 그릇된 판단을 하거나 오만함에 사로잡혀 스스로를 더 크게 망치는 길로 들어서는 일도, 막연한 미래의 불확실성에 사로잡혀 두려움에 떠느라 현재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아름다움을 포기하는 일도 막을 수 있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의 나를 스쳐 미래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다. 시간은, 언제나 나의 마음을 향해 모여드는 것이다.
조화로움은 부조화를 전제한다. 마음 안으로 돌진해 들어오는 시간과 시간은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마음의 균형이 어그러진다. 문제가 안 된다. 불균형이 생겨야 다시 조화를 이룬다. 마음의 항상성은 이 과정을 통해 회복된다. 노자는 도덕경 4장에서 도충(道冲)이라는 표현으로 도의 성질을 말한다. 도는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충으로 가득 차 있다. 가득 채워 비우는 충처럼 시간은 마음을 채우고 마음을 비운다. 시간과 시간은 섞이고 충하며 현재가 된다. 충을 인정하는 사람만이 현재를 산다. 부딪힘이 시간의 본질이다. 아무도 묻지 않을 것이므로 나는 이렇게 말하겠다. 나는 다시 현재에 있다.


오종호 (주)터칭마이크 대표
사진없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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