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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범죄 증가로 사라진 이웃의 정(情)

박선아 임상심리전문가

기사입력 : 2017-10-30 09:34

박선아 임상심리전문가
박선아 임상심리전문가
‘가까운 이웃이 먼 친척보다 낫다’는 옛 속담이 있다. 형제나 다를 바 없는 ‘이웃사촌’이었으나 요즘엔 꼭 그렇지만은 않다. 경찰청 통계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한 해만도 총 184만7605건에 달하는 강력범죄, 절도범죄, 폭력범죄, 기타 등등 수많은 범죄들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했다. 하루로 계산하면 약 5061건의 크고 작은 범죄가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이슈가 되었던 범죄들을 살펴보면 직장동료, 이웃, 지인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소위 말하는 이웃사촌이었던 경우가 전체 범죄의 약 5%로 나타났다(총 184만7605건 중 10만7108건). 범죄자 100명 중 5명이 우리 주변의 이웃이었던 셈이다. 사소한 말다툼이나 층간소음으로 야기된 폭행, 살인, 방화 같은 극단적인 범죄들. 평소 승강기에서 눈인사를 하며 지내던 이웃이 자녀나 아내를 성폭행 하는 등 안면 몰수한 범죄에 대한 소식을 접할 때마다 주위에 있는 내 이웃 또한 잠재적 범죄자일 수 있다는 공포감이 생겨난다.
주변 사람에 대한 의심과 불신이 만연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 이제는 사람과 사람으로 소통하며, 친밀한 관계를 맺고 ‘이웃 간의 정(情)’을 나누며 집안에 밥숟가락 개수까지 알고 지내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정신건강의학과나 상담센터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상당수는 자기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가족이나 친구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거나, 또래 관계에서의 갈등이 빈번했던 경우가 많았다. 부정적인 관계 경험들이 누적되면 대인 지각이 부정적으로 형성되고, 긍정적인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진다. 그리고 ‘나’를 거절한 다른 사람에 대한 분노나 적개심이 내면에 점차적으로 쌓여간다.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모든 사람은 관심 및 애정 욕구를 가지고 태어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의 반복되는 거절 경험은 내적 욕구의 좌절을 낳고, 이후에는 피해의식까지 경험하게 만든다. 스스로 피해자라고 믿고 있는 탓에 자신을 제외한 주변 세상은 매일같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악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는 장소로 느껴질 수 있다. 승강기 문 앞에서 이웃과 부딪힐 때, 옆집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올 때, 택배기사가 문을 세게 두드릴 때 등 일상에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사건들조차 ‘나’를 공격하고 파괴시키려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립적인 사건들을 부정적으로 왜곡해석 하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분노 반응이 일어나게 되고, 내재된 부정적 감정이 충동적으로 외현화되어 표출될 때 발생하는 결과가 오늘날 뉴스 기사들을 통해 접하게 되는 끔찍한 범죄일 수 있다.

반복되는 거절로 인하여 원치 않게 고립된 이웃들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피해의식을 갖게 되었고, 나아가 충동적인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그 연결고리를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 국가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범죄 예방을 위해서 건축법안을 만들거나, 아동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하여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교육하는 등 탁상공론에 지나지 않는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정(情)이 사라지게 된 사회 분위기로 인하여 상처받고 소외되어 음지로 사라진 이웃들을 양지로 끌어낼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개인은 거절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피해의식이 만연해 있는 이웃들에게 거절이라는 기름을 붓는 대신, 더 이상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따뜻한 정(情)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박선아 임상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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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아 임상심리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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