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방학=여름휴가’ 어떻게 생각하세요]③‘7말8초’ 휴가 쏠림현상, 분산 대책은?

[글로벌이코노믹 길소연 기자] 정부가 최근 근로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체크바캉스' 추진을 시사했다.

‘한국형 체크바캉스’란 정부∙기업∙근로자가 일정 금액을 함께 적립해 기금을 조성하면, 이후 정부나 기업이 일정액을 보태 근로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지난 25일 정부가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민생경제를 조기에 회복하려는 방안 중 하나로 한국형 체크바캉스를 도입해 내년부터 제도 설계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앞선 정권과는 다르게 문재인 정부는 휴가를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분위기다. 정부의 이런 기조를 파악한 기업들은 저마다 ▲안식월 실행 ▲집중휴가제 도입 ▲연차휴가 의무사용 등을 내세워 장기휴가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자녀를 둔 직장인에게는 이 모든 게 다른 세상 얘기다. 그들의 휴가 결정 기준은 오로지 자녀의 교육 이른바 ‘학원 방학’이기 때문이다. 학원가에서 극성수기에 방학을 편성한 탓에 대부분 직장인이 7월 말과 8월 초에 휴가원을 냈다.


매년 학원가의 방학이 성수기에 편중된 탓에 직장인의 휴가가 덩달아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휴가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근본적으로 학원 방학부터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년 7월 말 혹은 8월 초에 편중된 학원 방학을 분산시키면 직장인의 휴가는 자연적으로 분산돼 휴가 확대까지 이어지는 긍정적 촉매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숙박업계 관계자는 "극성수기에는 전체 객실 예약자가 많아 고객을 다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성수기 전후로 예약자가 분산되면 매출 증진과 동시에 고객 만족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초·중·고교 재량 휴업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도 방학 분산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학교장 재량으로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끼인 날을 휴일로 지정해 학생들의 휴식 기간을 늘림으로써 가족여행을 장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日 정부, 방학분산 개념 ‘키즈 위크’ 도입

가까운 나라 일본은 내년부터 휴가 분산을 위해 ‘키즈 위크’ 제도를 도입한다.

일본 정부는 전국 초∙중등학교의 여름∙겨울방학 일부를 학기 중으로 이동시키는 일종의 방학분산 개념의 ‘키즈 위크’를 도입한다. 여름방학 혹은 겨울방학의 5일을 봄이나 가을 학기 중 사용하도록 하되, 지자체별로 사용 시기를 다르게 해 휴가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장기적으로는 휴가가 몰리는 여름철이나 겨울 뿐 아니라 관광 비수기인 봄, 가을에 근로자의 장기 휴가를 장려해 근무 환경을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소비 진작과 경기 회복까지 도모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취지로 풀이된다.

방학 분산이 근로자의 휴가 분산 효과와 동시에 근무환경 개선, 소비 진작과 경기회복까지 가져온다는 것이다.

교육업계 관계자는 “학원 방학 분산이 효과적이라고 해서 지금 당장 일제히 방학 조정할 수는 없다. 초등교육이나 중등교육 학원을 대상으로 순번제로 방학을 편성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순차적으로 극성수기를 벗어나게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직장인의 휴가 쏠림 현상도 해결되고, 성수기에 휴가객이 몰리는 것도 해결돼 내수 경제 활성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밝혔다.

자녀의 학원 방학이 가족 휴가를 결정한다고 생각하는 한 학부모 역시 방학 분산을 적극 권장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이미영(서울∙42) 씨는 “나라에서 정해준 것도 아닌데 꼭 학원에서 성수기 때 방학을 한다”며 “비싼 돈 들여 학원 수업을 듣게 하는데 성수기 피하자고 수업을 빠지게 할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학원 방학만 기다렸다 잠깐 나갔다 오곤 한다. 사교육도 많이 시키는데 아이들 학원 방학도 제도적으로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하소연했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