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공급과잉은 세계 각 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국가 간 무역분쟁 심화로 이어졌다. 철강산업의 성장이 급격히 둔화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적자의 늪에 빠졌던 원인도 그 이면에 있다.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수입산에 대해 장벽을 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미국 등에서 열연 중후판 강관 냉연 등 주력 제품이 모조리 무역규제 대상이 됐다. 오는 2020년에 이르면 글로벌 공급 과잉이 7억~12억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이맘 때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한국 구조조정안을 만들면서 이 같이 전망한 바 있다. 동시에 설비폐쇄 M&A 등의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업계도 바짝 긴장했다.
전망대로 라면 철강 가격은 계속 떨어져야 하고 철강 기업들의 이익은 보장될 수 없다.
공급과잉의 주범으로 몰린 중국도 사정이 나아졌다. 대형사들의 가동률은 고작 60%에서 70% 정도였지만 지난해와 올해 80%대를 넘나들고 있다. 수익성도 2~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이익률 기준으로 못해도 2~3%, 5%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몇 몇 전문가들은 각 철강사들이 각 자의 컨트롤 능력을 배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처럼 가동률을 100%까지 높이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격의 흐름과 이익 실현 정도를 예측하고 생산을 조절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이 올해 시장이 무너진 중후판, 열연 등의 설비 수리를 적절히 활용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낡은 설비는 폐쇄하지만 무리한 구조조정은 속도를 늦춘다. 철강업황은 계속 변하기 때문이다. 재고는 최소한으로 운영한다. 재고는 또 원가에 따라 투입량을 결정해 매월의 수익 목표를 달성한다.
특히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철강업계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원가절감과 세계 ‘톱’ 수준의 철강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다.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은 탄소강 특수강 등을 아우른 자동차강판 개발 및 시장 공략 강화에 더 집중하고 있다.
장세욱 동국제강그룹 부회장은 브라질 고로 완성으로 자체 소재 조달을 통해 획기적인 체질 개선을 이뤘다. 세아그룹은 격해지는 무역분쟁 속에서 미국 베트남 등에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에게 공급과잉은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앞으로 걸어갈 시장에 주목할 뿐이다.
김종혁 기자 jh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