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바마 전 정권은 동남아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함으로써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 했고, 그 움직임의 일부로 미얀마가 민주화 개혁을 시작했을 때 신속하게 반응해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완화할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현재 오바마 정권이 물러간 이후 동남아시아에 대한 미국의 바람은 완전히 바뀌었다.
또한 중국은 이미 미국을 대신해 아웅 산 수치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와 소수민족 반군 간의 정전 협정을 중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아웅 산 수치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나는 인근의 우방인 중국이 우리의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해 줄 것을 믿는다"라는 바람을 전했는데 중국이 이를 그대로 실천한 것이다.
결국 미얀마의 지도자 아웅 산 수치는 내정과 외교 양 방면에서 중국에 의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중국은 미얀마뿐만 아니라 동남아 전체에 걸친 미국의 우방과 동맹국을 자신의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의 친화적 외교 전략으로 큰 정치적∙경제적 실리를 얻고 있으며, 태국 군사 정권은 중국으로부터 잠수함을 구입했다. 또한 말레이시아에서는 중국의 고속철도 건설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빈자리를 완전히 중국이 대체한 셈이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