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영원한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다’는 말은 스포츠는 물론, 정치와 경제, 유통산업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약체가 반란을 일으키면서 승자가 되기도 하고 추락하여 영원히 재기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대상이 부상되기도 한다. 세계 최고인 미국 소매유통시장도 이 법칙이 적용되었다. 1980년대 만해도 K마트를 중심으로 월마트, 시어스(Sears), 타깃(Target) 등이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는 월마트와 타깃, 도매체인 코스트코가 시장을 지배하고, K마트는 매출 부진과 경영난으로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시어스에 합병되는 모욕을 당했다.
국민간식 ‘라면전쟁’에서도 1963년을 지나 20년이 넘어가면서 90% 시장점유율의 삼양라면이 무너졌다. 전두환 정권에 의해 탄생된 새로운 라면 업체들의 난립과 1997년 대법원에서 사실 무근으로 판명 난 ‘우지파동’(1989년)을 겪으면서 몰락했다. 이 자리를 꿰찬 업체는 당시 3깡(새우깡, 고구마깡, 양파깡)으로 시장 점유율 10%대를 유지하던 농심(당시 롯데공업)이다. 농심은 1982년 ‘너구리’, 1983년 ‘안성탕면’, 1984년 ‘짜파게티’ 등을 연이어 출시하고 1986년 오너 성씨(매울 辛)에 맞춘 최대 히트작 ‘신(辛)라면’을 내놓으면서 불가능에 가까웠던 선두자리로 올라섰다.
어렵게 라면시장을 제패한 농심은 30년 넘게 업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맛과 소비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시장점유율 80%에 육박했던 농심은 2010년 이후 50%대로 계속 내려가고 있다. 최고의 경쟁자는 ‘진짬뽕’을 발판으로 종합식품메이커를 표방하는 ‘오뚜기’ 식품이다. 다음 주자는 한국야쿠르트 계열사인 팔도다. 최고 수위였던 삼양은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 어느 경영전략에서도 밀려나면서 과거 영광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물류사업에 진출하면서 정부(산업통상자원부)의 공식 통계에서도 티몬과 위메프 2개사는 잔류하고 홀로 ‘오픈마켓’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러는 온•오프라인에서 종합유통몰과 소셜커머스보다 오픈마켓이 점차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를 반증하기도 한다. 오픈마켓은 판매업자에게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 기본인 사업모델로 소셜커머스와는 다르다. 그러나 오픈마켓이 제품 선별과 판매 과정에 적극 개입하면서 분류체계가 언제 바뀔지 모르는 상황이다.
임실근 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