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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긴 생각] 인간에게 가장 끔찍한 벌은 무엇일까

신현정 중부대 교수

기사입력 : 2017-06-28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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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중부대 교수
한국 남자들이 꾸는 꿈 중에서 최고의 악몽 1순위는 무엇일까. 개인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이들은 말한다. 가장 무서운 꿈은 이미 제대한 군대의 재소집 영장을 받는 것이라고. 한번 다녀온 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절대로 다시 가고 싶지 않은 곳이 군대라는 얘기다. 이처럼 남자들에게 군대가 형벌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그 안에 자유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유라는 관점에서만 본다면 20대 초반의 나이는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인생 최대의 황금기다. 아무리 정해진 기간에 한정된 것이라고 해도 최고로 만끽할 수 있는 순간에 그것을 최대로 포기해야 한다는 것은 정말로 고통스러운 일임에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 모두가 그토록 잃기 두려워하는 자유란 무엇인가. 흔히 우리는 자유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그 때 그 시절을 회상해 보자. 당신이 군대에 있던 시절, 정말 견디기 어려웠던 것이 너무 하고 싶은 그 어떤 일을 못할 때였는가. 아니면 너무도 하기 싫은 그 어떤 일을 억지로 해야 할 때였는가. 그렇다. 어쩌면 인간에게 있어 진정한 자유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기에 앞서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안 할 수 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내키지 않는 수많은 일들이 명령이라는 이름의 포탄이 되어 매일같이 떨어지는 군대는 젊은이들에게 자유의 무덤 그 자체일 수 있다.
여기서 내키지 않는 일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말하는가. 그것은 행위자에게 무가치하게 느껴지는 일일 것이다. 무가치한 일을 할 때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엡스키는 이렇게 표현했다. 모든 인간에게 가장 끔찍한 벌은 평생 동안 스스로 쓸모없고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그의 말을 역으로 해석하면 모든 인간에게 최고의 상은 자신이 쓸모 있고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치 있는 일 혹은 직업을 찾는 일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우린 인간은 어떤 경우에 자신이 하는 일에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가. 이에 대해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岸見一郎)는 ‘공헌감’이라고 단언한다. ‘공헌감’은 행위의 차원에서든 존재의 차원에서든 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말한다. 이는 일종의 직업적 소명의식과도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오늘날에 있어서 ‘누군가’의 개념은 과거의 직업윤리에서처럼 단순히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불특정한 타인이나 내가 속한 집단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도움이 되어야 하는 그 대상 속에 누구보다 우선적으로 자신을 포함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타인지향의 ‘누군가’에게만 공헌하는 삶은 타자를 통해서 자신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삶의 주체성을 상실한 것일 수 있다. 자신의 삶에 공헌하지 못한 채 타인에게만 공헌하는 것은 반쪽짜리 삶이다. ‘공헌감’은 한 방울이라도 자신이 음미하지 않고서 타인에게 선물할 수 없는 일종의 향수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이 가진 욕구 중에 의식주와 성에 관한 욕구를 제외하고 가장 큰 욕구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닌 자신 혹은 타인으로부터 얻어지는 ‘인증’의 욕구이다. ‘인증’을 갈구하는 인간이기에 태생적으로 ‘누군가’에게 공헌하고 싶은 기본적 심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공헌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회나 조직의 구조적 문제가 있을 뿐이다. 각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 ‘공헌감’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이고, 이러한 직업 활동이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좀 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믿음에 동의한다면 이제 우리 사회는 각 개인에게 각자의 방식으로 공헌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주는 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급여 혹은 명령이라는 미명으로 강요당하는 공헌 코스프레의 유효기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자신의 노력이 타인이나 자신이 속한 집단에 실제적인 공헌이 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과 성장을 확인할 수 있을 때, 진정한 상생 매커니즘의 작동 스위치는 ‘ON’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다.

신현정 중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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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중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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