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쌈짓돈 20만원을 털어 구입한 가상화폐가 줄줄이 하락세를 그리고 있었다. ‘무릎인 줄 알았으나 상투’ 라든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던 주식격언들이 스쳐 지나간다.
수십 배의 상승률에 혹하지 않을 이 없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던 돈이 가상화폐 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서민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노후자금을 털어 넣고 있다는 소식이다.
문제는 쉽게 오른 만큼 쉽게 주저앉는 ‘롤러코스터’ 변동성이다. 실물이 없는 가상화폐의 특성상 보안 리스크가 불거지면 가치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다. 2014년 2월 당시 비트코인 최대 거래소였던 마운틴곡스가 해킹으로 5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도둑맞았다. 비트코인 가격은 10분의 1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올해 4월 22일에는 국내 비트코인거래소 중 하나인 야피존도 해커 공격으로 가상화폐를 보관하는 비트코인지갑이 유출돼 55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신고했다.
주가가 급락하면 주식매매를 일시 정지하는 주식거래중단제도는 1987년 미국에서 최악의 주가폭락이 발생한 블랙 먼데이(Black Monday) 이후 도입됐다. 블랙먼데이 직전인 8월 25일 다우지수는 2722.42 포인트로 사상최고치였다. 비극은 순식간이었다. 돈을 잃은 투자자들의 자살도 속출했다.
1987년에는 22.6% 하락으로 전세계가 대공황에 빠졌다. 가상화폐는 ‘물건’이다. 22.6% 정도는 우습다. 정부 당국이 나서 투자자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