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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소 잃기 전에 외양간 고치는 건 상식

김진환 기자

기사입력 : 2017-06-1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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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금융증권부 부장
10여 년 전 씨티은행은 시중 은행에서는 보기 힘든 타사 ATM 수수료 무료와 은행 포인트를 OK캐쉬백으로 적립해주는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였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은행 수수료를 지금처럼 경쟁적으로 깎아주던 시절이 아니라서 타행 이용 시 지급하는 수수료가 꽤 아까웠다. 게다가 거의 활용하지도 않는 은행 포인트를 캐쉬백으로 준다니 급여이체에 발목만 잡히지 않았다면 주거래를 바꾸고 싶을 만큼 참신하고 괜찮은 은행이었다.
당당히 국내 금융의 한 축으로 성장할 줄 알았던 씨티은행이 최근 좌초하는 모양새라 안타깝다.

다음 달부터 시행하는 전국 101개 지점의 통폐합을 앞두고 씨티은행의 노사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노조와 사측의 ‘가처분신청’은 일단 기본 메뉴로 세팅됐다. 사측은 노조의 쟁의 행위를 업무방해로 보고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했고 노조는 사측에 지점 폐쇄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노조는 연일 속살을 까는 폭로전에 양념까지 치며 파업의 배수진을 쳤다.

노사 간 갈등이 이처럼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것은 은행측이 지난 3월 소비자금융 전략을 발표하며 영업지점을 전국 126개에서 25개로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은행측은 전 점포의80%에 달하는 101개 지점을 폐쇄하고 대신 모바일 중심의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오프라인은 접겠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폐쇄되는 지점에서 근무하는 1000여 명의 직원들은 부득이하게 지역을 옮겨야 한다. 너무나 많은 수의 지점 통폐합으로 씨티은행의 한국 철수설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직원 입장으로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동네 지점이 사라지는 고객 입장에서도 불편함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금융은 기본적으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산업이다. 그러기에 대면채널은 필수다. 씨티은행 측의 주장대로 은행 거래의 95%가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이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 최소한의 지점 수를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은 분명히 공공성을 가져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노사가 대립할수록 씨티은행에 대한 대고객 이미지는 나빠지고 있다. 노조 측은 지점 통폐합 안내 이후에 고객 이탈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2개월 사이 고객은 8700여 명, 예금은 4467억원이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사측의 이야기는 또 전혀 다르다. 지난해 말 11조6000억원이던 예금 잔액이 5월 말에는 11조8000억원으로 되려 2000억원이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고객이탈은 은행으로서는 사형선고다. 고객이 빠져나간 게 아니라 돈도 같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스스로 사형선고를 내리는 노조나 귀를 닫고 있는 사측이나 답답해 보이긴 매한가지이다.

노조와의 갈등이 격해지자 이제야 은행측도 다급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사전에 충분히 직원들과 협상하고 공감대를 이끌었다면 불필요했을 다툼을 뒤늦게 진화하러 나서고 있다.

일단 이익배당 유보안을 밝혔다. 올해 사업을 통해 번 돈을 신설하는 센터 등에 재투자해 생산성과 성장성을 높이겠다는 설명이다. 외국계 고배당 꼬리표를 달고 살던 씨티은행의 이익배당 유보 발표도 썩 달갑진 않다.

씨티은행의 배당성향은 거의 50%다. 국내은행이 2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비해 과한 수준이다. 2016년 1140억원, 2015년 1160억원, 2014년에는 500억원대의 돈이 해외로 나갔다. 씨티은행의 지분 99.98%를 씨티뱅크오버시즈인베스트먼트(Citibank Ovrseas Investment Corporation)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직원들과 고객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했더라면 이번 소비자금융 전략이 설득력을 가지고 빛을 발할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불 구경과 싸움 구경이라지만 일단 싸움을 뜯어 말리는 게 맞다. 왜 말려야 하는지는 간단하다. 시시비비가 어떻게 됐던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15일 박진회 행장이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논란에 대해 적극 해명하는 자리가 열린다고 한다. 노사가 화합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나오길 바란다. 한 번 돌아선 고객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김진환 기자 gbat@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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