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담양에 갔을 때 꼭 맛보고 싶었던 곳이 있었다. 창평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국밥집들이다. 시장에서 만나는 국밥 한그릇은 서민들에게는 끼니를 해결해 주는 동시에 가난한 장꾼들에게는 주린 배를 채워주는 음식이었다.
필자 역시 어릴 때 시장에서 먹던 국밥이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다. 지금은 깨끗한 분위기와 깔끔하게 차려진 국밥집들이 많지만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소란스럽고 인간미 넘치는 시장에서 먹던 그 맛의 여운이 아직 잊혀지지 않는다.
돼지국밥은 지역에 따라 그 맛에 차이가 난다. 향신료와 내장을 상대적으로 많이 넣는 대구식과 담백하면서 은근한 맛을 보여주는 부산 곰탕식, 설렁탕을 연상시키는 우유빛 색깔이 돋보이는 밀양식이 대표적이다.
원조라는 단어가 주는 무게감은 맛을 보기 전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마법이 숨어 있다. 1949년에 문을 열었다고 하니 벌써 70년이 다되어간다. 이 세월속에 녹아 있는 맛은 과연 어떨까, 라는 생각이 먹기 전 부터 마음을 들뜨게 한다.
뚝배기 속에 담겨져 있는 국밥이 독특하다. 맑은 국물속에 다데기가 같이 얹혀 나온다. 그 사이로 내장들이 많이 보인다. 일견 부산식의 맑은 국물과 다데기가 같이 나오는 밀양식을 합쳐 놓은 듯하다.
시장국밥에서 으레 느껴지는 특유의 돼지 누린내도 없다. 아무래도 국물위에 한움큼 들어가 있는 파가 돼지 특유의 맛을 잡아주면서 한편으로는 시원하면서 깔끔한 맛을 살려준 듯하다.
돼지고기내장과 고기들은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좋다. 국물 속에 베인 내장의 맛이 매력적으로 와 닿는다. 그리고 입가심으로 익은 김치를 먹으니 입안을 깔끔하게 해준다. 뚝배기 속에 담겨져 있는 세월의 맛을 느껴본다.
권후진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