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닫기

새로운 관점으로 고통 주는 상황 바라볼 때 극복 가능

[심리학자 한성열의 힐링 마음산책(114회)] 관점을 바꿔 삶의 의미를 찾아라

한성열 고려대 교수

기사입력 : 2017-05-17 15:25

공유 0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존경받는 작곡가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Durch Leiden zur Freude!”라는 명언을 남겼다. 우리 말로 번역하자면, “고뇌를 통해 환희로!”로 옮길 수 있다. 이 말은 베토벤의 불후의 명작인 제9번 교향곡 ‘합창’을 작곡할 당시에 한 것으로 당시 그는 작곡가로서는 삶의 의미를 앗아가는 최악의 형벌과도 같은 귀가 들리지 않는 고난을 겪고 있을 때였다. 오히려 그는 귀가 안 들리기 시작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자살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그 형벌을 극복하고 오히려 아무 소리도 안 들리게 되었을 때 비로소 ‘환희’를 느낄 정도로 인간 정신의 위대함을 음악과 삶으로 증명해주고 있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모두 달라
추상적 질문으론 좋은 답 못 찾아
자신의 구체적 사명부터 알아야

지난 글에서 소개했던 빅터 프랭클 박사의 경험과 이론에 따르면 모면하기 어렵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예를 들면 수술이 불가능한 암 같은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인간은 가장 높은 가치와 심오한 의미, 그리고 고난의 의미를 실현하는 최종 기회를 갖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바로 그 고난에 대해 우리가 취하는 태도, 우리 자신이 고난을 받아들이는 태도이다. 그의 말이 더 감동적이고 믿음직스러운 것은 자신이 악명 높은 유대인 수용소에서의 고난을 이기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가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의미를 찾게 해 준 상담 예를 몇 개 들어보면서 의미를 찾는 과정을 알아보자. 한 번은 나이 많은 의사가 심한 신경쇠약 때문에 빅터 프랭클 박사를 찾아왔다. 그는 몹시 사랑하던 부인을 2년 전에 잃고는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절망에 빠진 그에게 프랭클 박사는 아무런 위로와 충고의 말을 하지 않고 그 대신 “선생님이 먼저 죽고 부인이 살아남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하고 물었다. “그녀에게는 참기 어려운 고통이었을 것입니다”라고 그가 대답하였다. 프랭클 박사는 그 말을 듣고 “부인은 그런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었고, 그 대신 선생이 그 고통을 받게 되었군요. 그러면 선생님이 그 고통을 받는 것을 원하시나요? 아니면 부인이 그 고통을 받는 것을 원하시나요?” 라고 물었다.

center
삶의 의미는 우리가 관점을 달리할 때 찾을 수 있다. 죽음을 맞닥뜨렸거나 고난에 처했을 때 그동안 살아왔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된다. 자료=글로벌이코노믹

이 말을 들은 의사는 잠시 동안 조용히 앉아 있다가 프랭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조용히 사무실을 나갔다. 자신이 살아남아 받는 고통의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부인이 아니라 자신이 그 괴로움을 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고난은 희생과 같이 그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더 이상 고난이기를 멈춘다. 인간의 주요 관심사는 쾌락을 얻거나 고통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열한 살 난 아들을 잃고 자살을 기도한 어머니가 프랭클 박사가 운영하는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이 된 큰 아들만 남았다. 혼자는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의존해 살아가는 큰 아들을 평생 돌보아야 하는 자신의 팔자에 절망한 나머지 그녀는 장애인 아들과 같이 죽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장애인 아들은 자살에 반대하였다. 그에게는 살아갈 의미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그 어머니는 어떻게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프랭클 박사는 그 어머니와 함께 집단상담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여자 환자에게 몇 살이냐고 물었다. 그녀가 ‘서른 살’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당신은 지금 서른 살이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여든 살이고 지금 임종이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자녀는 없었으나 넉넉한 재산과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당신의 생애를 회상하고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지금 어떤 느낌이 듭니까?” 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백만장자와 결혼했지요.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렸습니다. 여러 남자와 연애도 했지요. 그러나 이제는 나이가 여든 살! 내 혈육 하나도 없고 나이만 이렇게 먹고 지난날을 생각하니 그게 다 무슨 소용입니까? 내 인생은 실패였다고 밖에 말할 수 없군요.” 그녀의 말이 끝나자 프랭클 박사는 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에게도 그와 마찬가지로 80세가 되었다고 가정하고 자신의 생애를 돌이켜보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그녀는 “나는 아기를 갖고 싶었지요. 이 소원은 성취되었습니다. 한 아이는 죽었지만 또 한 아이는 비록 장애인이기는 하지만 내가 돌보지 않았으면 고아원 신세를 졌을 것입니다. 그 애가 비록 절름발이고 장애인이지만 그래도 내 아들이에요. 그래서 그 아들의 삶을 충족시켜 주었습니다. 나는 내 아들을 보다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여기까지 말하고 그녀는 울음을 터뜨렸다. 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그녀는 “지금 내 생애를 평안한 마음으로 돌이켜 볼 수 있습니다. 내 생애는 의미로 충만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충족시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나는 내 아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내 생애는 실패가 아니었군요!”

성공에 집착하는 사람들 심리
불안으로 심리적 에너지 소진
모두 내려놓을 때 여유 찾아

프랭클 박사는 잠시 후 집단상담에 참여한 모든 환자들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중요한 의학 실험을 위해 되풀이해서 척수에 구멍이 뚫리는 원숭이는 그 고생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모든 환자들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대답하였다. 왜냐하면 원숭이는 지능이 모자라기 때문에 고난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유일한 세계인 인간세계까지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프랭클 박사는 다음 질문을 하였다. “사람은 어떻습니까? 인간이 우주 진화의 종착점이라는 것이 확실합니까? 인간 세계 너머의 다른 차원의 세계, 인간 고난의 궁극적 의미에 대한 질문에 대답을 구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까?”

죽음에서도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인생이 덧없고 무상(無常)하다고 하는 것이 인생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삶의 의미를 찾은 사람은 인간 존재가 덧없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부정적이거나 비관적이 아니라 오히려 활동적이 된다.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비관주의자는 하루 한 장씩 찢는 일력(日歷)이 하루하루 얇아져가는 것을 보고 두려움과 슬픔을 느끼는 사람과 비슷하다. 하지만 인생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그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은 일력을 한 장 한 장 뜯은 후 그 뒷면에 일기를 쓰고 깨끗이 철하여 보관하는 사람과 같다. 그는 일기에 적힌 충족한 삶의 풍요함에 자랑과 기쁨을 느낀다. 젊은 사람들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은 가능성 대신 과거라는 실재를 가지고 있다. 자신이 한 일, 사랑하였던 사람뿐만 아니라 겪은 고난의 실재를 가지고 있다. 이것들이 나의 자랑이고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의미, 고난의 의미, 그리고 죽음의 의미를 찾은 예를 알아보았다. 이 예에서 보는 것처럼 의미를 찾는 과정에는 공통적인 요인이 있다. 즉 지금까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처한 고난을 바라보던 시각과 관점을 변화시켜 새로운 측면에서 고통을 주는 상황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래야만 또 다른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절망한 노의사는 자신의 관점에서 얼마나 자신이 고통스러운지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고통을 이겨나갈 힘도 없다고 느끼고 또 고통을 지속할 의미도 찾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비록 가상적이기는 하지만 부인의 관점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라보자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찾게 되었다. 만약 자신이 먼저 죽었다면 지금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고난을 부인이 겪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고난을 누가 겪어야 하는가? 사랑하는 부인이 그 고난을 겪게 하기보다는 자신이 그 고난을 겪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것을 노의사는 깨달았다. 이 노의사는 자신의 시각에서 부인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는 지금까지 현재의 시점에서 자신의 처지를 바라보았지만 80세가 되었을 미래의 시점에서 자신의 처지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각이 바뀌자 현재의 삶이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더구나 자식이 없이 늙은 사람의 회고를 접하고는 비록 자신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이지만, 그 아들의 가능성을 실현시켜 주었던 자신의 삶이 의미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어머니는 현재의 시각이 아니라 미래의 시각에서 보는 순간 현재의 고통의 의미를 새롭게 깨달았다.

자신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원숭이와는 달리 사람은 자신의 관점으로 살아오던 방식에서 벗어나 영적이고 종교적인 차원에서 현재의 삶을 바라보았다. 절대자의 관점에서 세상과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경지에까지 도달한 결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위의 예들과 같은 극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관점을 변화시키면 새로운 문제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는 방법을 사용하기를 프랭클 박사는 권유한다. 이 방법은 두려움이나 강박적인 생각 대신에 그 반대되는 소망을 가짐으로써 불안이라는 풍선에서 바람을 빼고 환자가 자신에게서 분리되어 스스로 객관화하는 것이다. 즉 나의 관점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제일 쉬운 예가 밤에 잠이 오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의 경우이다. 이들은 밤마다 잠을 자지 못할 것 같은 불안에 사로잡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잠을 청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잠은 더 들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험을 한다. 이럴 경우 프랭클 박사는 관점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오늘 또 잠이 안 올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오늘은 밤을 새우도록 하자. 그리고 그 시간에 책을 읽도록 하자. 밤새워 책을 읽는 경험을 한 지가 얼마나 되었나?’ 이렇게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밤을 새우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잠이 든다는 것이다.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적 관점에서 ‘밤을 새우겠다’는 반대의 마음을 가지게 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너무 성공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오히려 그 강박적인 불안에 사로잡혀 심리적 에너지를 소진한다. 이들은 항상 피곤하며 삶을 즐기거나 의미 있게 보내려는 여유를 잃어버리게 된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해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는 노력을 잠시 멈추고, 꼭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를 가지면 반대로 성공하게 된다. 성공은 목표가 아니라 열심히 의미 있게 살아간 대가로 얻은 보너스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고 또 하루하루가 다르며 시시각각으로 다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일반적인 인생의 의미가 아니라, 한 개인이 특정한 순간에 찾아야 하는 특수한 의미이다. 같은 상황에 열 사람이 놓여 있다고 해도 그 상황의 의미는 열 사람 모두에게 각각 다를 수 있다. 또 당연히 달라야 한다. 바둑의 고수에게 “어떤 수가 좋습니까?” 하고 묻듯이 삶의 의미를 추상적으로 질문하고 찾으면 그 의미를 찾기 어렵다. 구체적인 상황을 알아야 그 상황에서 제일 좋은 수를 알려줄 수 있는 것과 같다. 사람마다 자신만의 특별한 소명이나 재능이 다르다. 그리고 사람마다 충족해야할 구체적인 사명을 가지고 있다.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바로 그 구체적인 사명을 찾아야 한다.

성철 큰 스님에게 한 젊은 교수가 찾아와 진지하게 물었다. “스님, 어떻게 하면 훌륭한 학자가 될 수 있습니까?” 그러자 성철 큰 스님이 조용히 간결하게 대답하셨다. “열심히 공부하세요.” 질문이 추상적이면 답도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left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필자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는 국내 긍정심리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미국 심리학을 중심으로 하는 기존 심리학이 문화의 영향력을 경시하는 것을 비판하고 인간 행동에 미치는 문화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한 교수는 심리학 전공자가 이론보다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기업체, 대학, 교회 등을 찾아다니며 몸 건강 못지않게 마음의 건강이 중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명의 심리학’이 있으며 역서로는 ‘성공적 삶의 심리학’ ‘노년기의 의미와 즐거움’ ‘남자 나이 마흔이 된다는 것’ 등이 있다.

한성열 고려대 교수 한성열 기자가 쓴 기사 바로가기 →



많이 본 라이프일반 뉴스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