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는 ‘우리나라 만큼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가 없다’고 토로한다.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풍토가 만연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약탈적 모금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반기업 정서’만 가중된 꼴이다
기업이 정치권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과거 정권들이 보인 행태에 대한 학습효과다. 집권세력이 미운 털이 박히면 최악의 경우 기업 해체 수순까지 밟았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준조세 거부 사례는 국제그룹의 공중분해다. 1985년 전두환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재계 7위까지 성장했던 국제그룹은 해체됐다.
방만경영과 무리한 사업확장, 친족 중심의 비능률 경영 등이 몰락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주된 이유는 전두환 정권에 밉보였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역시 이같은 악습과 구태가 지속됐다는 반증이다. 재계는 박근혜 정권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자금을 출연했다. 하지만 결국 총수 등이 재판을 받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게 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최대 피해자는 삼성과 롯데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2월 17일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삼성‘그룹’을 사실상 이끌어왔던 미래전략실은 해체됐고 콘트롤타워 중심의 경영체제는 계열사별 자율경영으로 전환됐다.
롯데 역시 고초를 겪고 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 17일 신규특허취득 관련 부정청탁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아직 재판이 시작되지 않았지만 롯데가 입을 피해는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관세청은 24일 신 회장의 뇌물죄가 확정되면 잠실면세점 특허를 취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신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면세점 사업부에서 약 90%의 이익을 얻는 호텔롯데와 롯데면세점은 치유할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선후보들이 경영을 옥죄는 공약을 다수 내놓으면서 점점 더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를 만들려 한다”며 “재계도 최순실 게이트 등을 통해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만큼 현실적인 공약이 도출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