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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 잃은 젊음과 불효 감싸 안은 아버지에게 보내는 헌무(獻舞)

[공연리뷰] 김남진 안무의 2부작 '길 걷다'

'댄스씨어터 창'의 우수레퍼토리 김남진(경성대 무용과 초빙외래교수) 안무의 '길, 걷다'가 지난달 25일 오후 5시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었다. 2부작의 1부는 신작 '무게', 2부는 '씻김'(김남진 솔로작)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무게'는 청춘의 모든 고민을 담은 상징적 의미, 오늘날의 젊은 청춘이 걷고 있는 고난의 길, 사회에서 부대끼는 삶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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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안무의 '무게' 사진=박병민

'무게'(1부), 무대 중앙에 세워진 매트리스 형상의 세트는 사회적 모든 장벽, 압박감을 상징하는 벽이다. 오픈 형식으로 전개된 관객에게 제공된 이력서, 여덟 명의 전도유망한 젊은이들이 여자 면접관(황현아) 앞에 서있다. 결과가 정해져 있는 형식상의 여 면접관의 트집과 비아냥거림은 명문대 출신, 유학파 등 젊은 취업준비생들의 비위를 긁어 놓으며 분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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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안무의 '무게' 사진=박병민


분노에 찬 '젊음들'이 벽을 조각내면 그것은 침범할 수 없는 개인적 공간이 된다. 혼자만의 공간에서 침잠하며 고뇌하는 외로운 도시인들의 공간이다. 자전적 체험과 주변의 암울이 스며든 습기 찬 김남진식 무용의 사유, 배반의 계절에 피는 정신적 방황, 반복을 거듭하는 시대의 희생물로써 청춘들은 각자의 영역으로 설정된 공간에서 개성을 나타내는 다양한 몸짓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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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안무의 '무게' 사진=박병민


가변의 세트는 경쟁에 의해 희생된 다른 젊음을 파라다이스로 연결하는 계단이 되기도 한다. 젊은이들이 천국으로 가는 길은 죽음을 상징한다. 분할된 세트 조각은 불치의 사회, 암울한 시대적 흔적을 담고 소극장 공연의 오소독스한 정묘를 맛보게 한다. 그들이 분주하게 놀던 개인공간들은 청춘들을 감시당한 듯 그들 앞에 다시 커다란 벽이 되어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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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가의 움직임은 경쟁사회의 조력자, 희생자의 형태에 집중한다. 젊음을 판단하는 각박한 사회 속에 '청춘', 작은 네모 이력서 한 장은 평등이란 이름으로 둥근 지구의 삶 위에 군림한다. 정글 같은 사각의 굴레에 갇혀 '청춘'은 취업이란 감당하기 힘든 무게를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다. 모던하고 깔끔하게 정리된 조명도 착시현상을 일으키는 사각의 의미를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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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안무의 '무게' 사진=박병민


김남진은 늘 사각의 도시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소시민, 소외자, 희생자들을 주목해 왔다. 그런 군상들 중 김남진이 '무게'에서 대상으로 삼은 것은 미취업 젊은이들이다. 김남진이 땀과 눈물로 쓴 춤은 각(角)져가는 세상의 외로운 늑대가 되어가는 젊은이들, 예술가들에게 희망을 주는 춤이다. 당면한 현실을 해결 못하는 선배로서의 미안함이 또 다른 무게감으로 번진다.

'씻김'(2부), 유년의 추억에서 아버지의 상(喪)에 이르는 과정이 독무로 구성된다. 작연(作演)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 아들(김남진)이 앉아서 크레용 그림으로 시작된다. 이 엄숙한 작업이 끝나면 그림은 뭉쳐져 과거로 흩어지고, 현재에 집중된다. 바닥과 스크린 판은 영상으로 연결되며 시각적 연상이 이루어진다. 김남진식 '씻김'은 압축과 생략으로 상상력을 발휘한다.

김남진 안무의 '씻김'. 사진=이은정이미지 확대보기
김남진 안무의 '씻김'. 사진=이은정


감추어둔 거울은 영정 사진이 되어 아버지의 삶과 아들과의 절절한 이별을 떠올린다. 상가 분위기를 도출하는 검정 정장으로 김남진은 아버지와 아들의 1인 2역으로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내낸다. 그의 춤은 우주를 닮은 원형질이다. 소품인 향로와 술 주전자, 술잔이 가족의 상실을 알리며 김남진의 연기는 점점 몰입의 단계를 넘어 접신에 경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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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안무의 '씻김'. 사진=이은정

김남진이 춤으로 쓴 사부곡에는 아버지와의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하고 덧없이 보낸 불효와 회한이 겹겹이 쌓여있다. 거울을 보며 던지는 경상도식 투박한 대사, 존중의 “진지 드셨어요?”가 아닌 “아버지, 식사하셨어요?”이다. 작품 속 아이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고, ‘아버지’의 가벼워진 무게를 헤아릴 지음, 불효를 효도로 여기고 존재감의 아버지는 내 곁을 떠났다.

김남진 안무의 '씻김'. 사진=이은정이미지 확대보기
김남진 안무의 '씻김'. 사진=이은정


안무가는 바닥의 종이와 거울을 사용하여 거울효과를 내며 오락적 요소를 가미한다. 움직임은 영상과 함께 시각적 효과를 달리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를 은유한다. 춤, 문학, 미술, 연극, 영상, 음악을 아우르며 연기의 흐름과 함께 소리를 담당한 양일동은 무대 왼쪽에서 징을, 기타리스트 김성빈이 무대 바른 쪽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포진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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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진 안무의 '씻김'. 사진=이은정

김남진이 대상으로 삼은 ‘아버지’는 사실적이며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가 두 벌의 양복 상의를 바닥에 내려치며 오열하는 장면은 누구라도 효심을 따지면 자유로울 수 없는 문제이다. 예술인들의 숙명적 삶을 보여주는 『씻김』은 숙연한 분위기의 연속이다. 거칠게, 우직하게 불투명한 세상과 싸워 온 김남진이 ‘아버지’에게 보내는 참회의 기록이 『씻김』이다.

김남진 안무의 '씻김'. 사진=이은정이미지 확대보기
김남진 안무의 '씻김'. 사진=이은정


김남진 안무의 2부작 ‘『무게』, 『씻김』’은 상처받은 영혼과 불효를 ‘씻김’하는 김남진식 현대무용의 춤 화법이다. 현대무용의 난삽을 간결하게 정리하고, 신비적 춤의 모호함을 직설적으로 볏겨 낸 도전적 의지의 표현은 자기희생을 담보로 한 것이다. 그는 우리 춤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에서 춤을 쳐왔고, 동양적 가치관을 접목시키려는 노력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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