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가 과천에 있는 중앙공무원교육원이다. 고급 공무원들은 어떤 말을 해도 반응이 없다. 웃어야 하는 포인터에서도 아무 반응이 없고, 좋은지 싫은지 도대체 표정이 없다. ‘너 얼마나 잘 하는지, 틀리는 건 없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맞짱을 뜨자는 분위기다. 이쯤 되면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져 빨리 강의를 끝내고 싶은 생각뿐이다.
셋째는 관악산에 있는 국립 서울대학교다. 교수들은 일단 강의를 열심히는 듣는다. 문제는 강사의 강의를 듣고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평가를 하기 위해서다. 저 강의는 A학점, 이 강의는 B학점 이런 식이다. 특히 교수들은 남의 이야기에 설득당하는 것에 무의식적으로 저항을 하는 아주 묘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강사들의 세계에서 이 세 곳을 ‘강사들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어떤 강심장의 강사들도 한 번 들어가면 다 죽어나오기 때문이다. 강사를 좌절하게 하는 이 세 집단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 두 가지 있다. 바로 그 첫 번째 핵심은 리액션(reaction)이 없다는 것이다. 이 세 집단은 리액션 점수가 거의 제로 수준이다. 요즈음 예능에서 화두가 되는 것이 리액션이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리액션을 해 주지 않는 MC 유재석에게 “니가 내 말을 받아주지 않으니까 재미가 없잖아! 너 내 말 받지 마”라는 멘트도 서슴지 않는다(사실 유재석과 강호동은 모두가 인정하는 리액션의 달인들이다).
섭섭함을 직구로 날린다. 부부사이에도 리액션은 아주 중요하다. 필자도 솔직히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지난 연말에 아내가 여고 동창모임에서 있었던 속상한 일을 필자에게 이야기 한 적이 있다. 이때 리액션은 “당신을 속상하게 한 그 친구 잘못했네. 당신이 잘한 거야!” 이게 정답이다. 하지만 아무 생각 없이 필자는 “그 친구 입장도 있는 거니까 당신이 이해해. 당신이 틀릴 수도 있잖아” 했다가 아내의 레이저 눈빛으로 한동안 냉전이 지속된 적이 있다. 남편은 남의 편이지만 얘기할 때는 맹목적으로 자기 편이 되어 달라는 암묵적인 전제가 깔려 있는데 이걸 몰랐던 것이다.
한편 강사들이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매우 반기는 곳도 있다. 흔히 이런 곳을 ‘강사들의 요람’이라고 한다. 주부들과 20∼30대 학생과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다. 조금만 웃겨도 좋고 싫음이 분명해서 폭소와 박수가 팡팡 터진다. 그날 강사의 강의는 강사들 표현으로 거의 날로(?) 먹는다. 지쳐 있던 열정과 체력도 저절로 생겨나 강단을 내려오기가 아쉬울 정도다. 청중의 리액션이 주는 에너지와 그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난다.
한대규 한전 강남지사 부장(전 인재개발원 책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