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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 노기자] 조선시대에 '왕따' 아버지가 없었던 이유는?…'조선의 아버지들'(백승종 지음/사우)

"조선시대 아버지는 자상하고 따뜻했으며 몸소 실천하고 시대의 과제를 회피하지 않았다"

노정용 기자

기사입력 : 2017-03-21 16:06

[글로벌이코노믹 노정용 기자] 대한민국 아버지들이 위기다. 매달 월급을 가져다주는 '월급 통장'으로서의 가장으로 전락한 데다가 집에서조차 '왕따'를 당하며 외로움에 빠져 있다.

아버지의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산업화로 인해 사회 구조가 크게 변동하면서부터다. 고된 직장생활을 감당하느라 자기 집 하숙생으로 전락하다시피 한 아버지는 차츰 가정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때마침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그동안 당연시되던 가장의 권위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량해고와 조기퇴직 바람까지 불자 경제력마저 상실한 아버지의 위기는 한층 심각해졌다. 사회문제가 가정의 위기로 비화되며 가정 안에서 정서적 연결고리가 가장 취약한 아버지의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 한때의 아들은 아버지가 되고, 그 역시 자신을 거부하는 아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렇다면 부자지간 또는 부녀지간 마찰과 갈등 없는 가정은 만들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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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사학과 교수를 지낸 백승종 씨(과학기술교육대 대우교수)가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진정한 아버지다움을 살펴본 '조선의 아버지들'(사우)를 펴냈다. 특히 저자는 가족의 윤리를 통해 모든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던 조선시대의 아버지에게로 돌려 오늘날 아버지의 위기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의 아버지들과 우리의 관계는 직·간접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순기능적인 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있는데, 그들의 숨결이 아직도 우리 사회 안에 살아 숨 쉰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백 씨가 선정한 조선의 아버지는 모두 12명이다. 한국 사회에 성리학의 깃발을 세운 15세기 성리학자 김숙자와 유계란을 시작으로, 성리학의 전성기를 구가한 퇴계 이황과 하서 김인후, 그리고 임진왜란의 위기를 돌파한 충무공 이순신과 명재상 이항복을 소개한다.

이어 전란이 휩쓸고 간 17세기 혼란과 무질서가 판치자 예법으로 해결하려고 힘쓴 사계 김장생과 성리학에 절대적 반기를 든 박세당에게 아버지의 길을 묻는다. 또 조선이 변화와 퇴락의 길을 헤매던 18~19세기 해결책으로 실학으로 모색한 성호 이익, 다산 정약용, 완당 김정희, 그리고 끝으로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불행한 아버지'로 여겨지는 영조를 만난다.

저자는 "책에 소개한 열두 명의 아버지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와 계층, 곧 시대의 고뇌를 반영하는 사람들"이라면서 "그들이 피와 땀으로 역사에 아로새긴 발자취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고자 부단히 노력한 개인의 삶 자체"라고 분석했다.

물론 500년 전 지금과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산 아버지들의 삶이 오늘날 우리의 삶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들이 애써 추구한 인생의 가치는 오늘날에도 상당 부분 유효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한다.

특히 아버지 영조의 열등감과 심리적 불안이 친자 살해라는 엄청난 비극으로 치닿게 된 속사정을 알고나면 그의 실패담은 그 어떤 성공담보다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조선의 존경받는 아버지들은 우선 자상하고 따뜻했으며, 일방적으로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았다. 자식이 잘못을 저질러도 마구 야단치지도 않았다. 이황을 보면 거듭해서 조용히 타이르고 훈계를 했다.

추사체로 유명한 김정희는 서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남달랐고, 그 아들에게 서예와 난치는 방법을 세세하게 가르쳤다. 영웅 이순신도 자식 걱정에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하루라도 자식을 곁에 두지 못하면 몹시 힘들어 했다.

뿐만 아니라 조선의 아버지들은 말로만 훈계하지 않고 몸소 모범을 보였다. 천주교 탄압이 거세지면서 정약용 일가는 쑥대밭이 되었다. 가문이 해체될 지경인 데다 유배가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버지 정약용은 앞길이 막혀 어깨가 축 처진 아들들에게 "지금 너희들은 스스로를 천시하고 비루하게 여기지만, 그런 태도야말로 너희 스스로를 비통하게 만드는 꼴이다" "늘 심기를 화평하게 가져라. 벼슬길에 오른 사람들과 다름없이 당당하라"며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뜻하지 않은 불운에 대처하라는 가르침을 내렸다.

정약용은 이런 훈계를 말에 그치지 않고 18년간의 유배 기간 동안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정진하여 500권이 넘는 저술을 남겼다. 아들들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폐족의 위기를 당당하게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어떤 어려움에도 좌절하지 않았고 시대의 과제를 회피하지 않았던 조선의 아버지들. 우리도 그들의 올곧은 삶을 보면서 올바른 삶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자. 아버지답게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다.

노정용 기자 noja@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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