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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리뷰]윤정아 안무의 '홍연(紅緣)'…'붉은 실'로 맺어진 인연의 시원과 사랑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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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홍연(紅緣)'
JAY Dance Project 윤정아 대표가 안무한 '홍연'이 지난 2월 23일과 24일 포스극장에서 공연되었다. 남녀 2인무의 열연(熱演), 그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붉은 실(赤繩)로 맺어진 인연, 그 인문학적 담론으로서 몸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너'와 '나'의 세계를 지배했던 몸소(巢)는 자연스럽게 이성철학의 끝자락에서 인연의 '사랑의 경작기'와 해후한다.

시인 박수서의 '인연에 관하여'가 '홍연'을 감싼다. '그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왼손을 내밀었다/ 나는 무슨 자기력처럼 오른손이 끌려나갔다/ 왼손과 오른손의 결합, 맥을 집듯 조심스럽다/ 속살과 속살이 부둥켜 흔들려야 하지만,/ 등껍질을 어루만지고 쓰다듬는다/ 물갈퀴질을 하듯 손이 흔들렸다'
'계속해서 딸국질을 하는 어린 손이 흐드러지며/ 뚝 떨어지는 순간, 수십 수백 개의 손들이/ 길을 잃고 숲을 헤매기 시작했다/ 그가 놀라서 눈물을 찔끔 흘렸을 만큼/ 먹이를 나르는 개미떼처럼 찾아온 손들이/ 그와 나를 거미줄처럼 엉켜 놓았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가시처럼 따갑게 넝쿨을 쳤고/ 밤송이만한 꽃들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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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홍연(紅緣)'
여인(윤정아)은 회상의 틀을 두고 앉아 과거를 바라본다. 시계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건조한 일상의 영상, 작은 힘의 기운이 점점 커져가면서 4차 산업혁명과 5차 산업혁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과거를 생각한다. '나를 사랑했던 사내(나경렬)도 거친 호흡으로 좌우를 가로지르며 세상에 부대끼며 살아왔던 것이다. 나는 그에게 힘과 용기가 되었던 것일까?'

안무가 윤정아는 인간 사이의 관계를 레이첼스의 시각적 질감의 음악(사운드)에서 찾는다. 차가운 현대문명이 피어나는 반사광의 도시에서 사내가 일구는 사적 공간, 여인이 부닥치며 가꿔 나가는 현실은 순간적 디스토피아의 음울함을 보여준다. 현대적 사운드의 편제에도 불구하고 음악은 동양적 정감을 담고 '인간 공존'의 유토피아적 희망과 낭만적 정서에 동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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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홍연(紅緣)'
우주의 질서 속에 '연'의 소중함을 부각시킨 현대무용, 영속될 수는 없지만 미적인 일상을 꿈꾸는 조화의 춤은 서로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조화를 꿈꾸며,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든다. 안무가는 극단적 파국의 극적 효과를 수용하지 않는다. '홍연'의 도상(圖上)적 구성은 인간관계란 서로를 인지해가는 탐색 과정, 갈등, 수용과 거부, 조화의 정상적 유형을 선택한다.
춤 연기자로서 윤정아는 캐릭터에 몰입하여 에너지의 흐름에 따른 본연의 춤을 구사한다. 자신의 춤 빛깔로 이미지화 시켜 만든 춤은 영화적 흐름의 느낌을 준다. 안무가의 스토리가 있는 춤은 화려한 기교의 춤을 숙성시킨 '소통'의 춤으로써 신체(구조물)와 움직임(창조적 활동)의 유기적 시스템이 생산해내는 선택할 수 있는 동력의 변화를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움직임 자체의 기(基)로써 자유롭게 펼친 춤은 1) 만나기 전(우주 안에 이끌리는 연) 2) 대면(서로 탐색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각자의 독무가 이루어짐) 3) 갈등(만남 속에서 자기만의 생각, 형광등이 들어오면서 자신의 고집이 표현됨) 4) 어울림(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하나 됨, 지치고 쓰러지면 서로가 부축하며, 한 곳을 향해 걸어감)의 단계를 거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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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아 안무의 '홍연(紅緣)'
2인무 페스티벌에서 보여 주었던 열정과 맥을 같이하는 윤정아의 '홍연'은 이미지화된 그림, 몸으로 읽는 시, 동작으로 읽는 철학, 사운드로 읽는 에세이의 역할을 해냈다. 오래된 사진첩 속에 간직해두었던 흑백 사진처럼 그녀의 기억을 벗어나지 않고 있었던 소재로 탄생된 작품에서 의도적 붉은 색은 생략된다. 춤을 구성하는 프레임이며 동작은 지극히 간단명료하다.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칼 구스타프 융의 이론에 관심이 많은 안무가가 반투명 필름판에 인간관계에 관한 에세이를 써 내려간 춤은 인간의 외향성, 내향성, 원형, 집단무의식의 의미구조의 일부를 보여준다. 갈등을 스쳐간 벽처럼 인간이라는 토대는 굳건하건만, 감정이라는 바람은 역사를 생성한다. '홍연'은 현대무용사에서 잊히지 않을 작은 바람이 되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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