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리더가 무슨 무슨 곡을 연주합시다, 하면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서 무엇인가 열심히 찾는다. 지인 중 건너 건너 아는 사람인데, 뉴욕에 사는 재즈 베이시스트가 고안해서 만든 '아이 리얼 북(I Real Book 혹은 Irealb)'이란 기가 막힌 앱 어플은 수천가지의 재즈 스탠더드 곡을 담고 있다. 단, 멜로디는 그려져 있지 않고 코드 진행 만이 담겨져 있지만 드럼, 베이스, 피아노의 반주가 담겨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 씨디엔 항상 연주할 수있는 템포 박자를 세어주는 유일한 목소리가 있는데 획일화된 맹꽁이 같은 목소리가 웃긴다. "아 원, 아 투, 아 원 투우 뜨리 포~" 요즘 아이리얼비(IrealB)의 탬포 박자를 세어주는 소리는 거의가 멍청한 카우벨 같은 소리 "텅 텅 텅 텅~~~ " 하고는 곡이 시작된다. 멍청한 카운트 세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머리가 멍청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수준 높은 재즈 연주자의 연령층이 많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물론 지극히 주관적인 나의 생각이긴 하지만 즉흥 연주를 실제로 하고 있는 학생들의 공연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탄복을 하게 된다. 아! 너의 언어가 되었구나. 기특하다. 많이 어려웠을 텐데…. 하지만 도대체 평가가 좋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학생은 버벅 거리는 게 피아노를 참 못치네요.' 같은 공연에서 곡을 올릴 때 기존의 유명한 밴드의 곡을 솔로라인을 그대로 답습하여 똑같은 재현을 하는 것과 자기의 언어로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 당연히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곡을 연마하는 것은 그대로 하자! 잘하고 있다. 카피를 우리 만큼 잘하는 나라가 세계에 어디에 있나? 하지만 창작과 이 고통의 음악 언어 습득인 즉흥 연주를 학생들에게 독려하지 않는다면 우리 문화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졌음에도 불과하고 남의 것을 따라하는 답습과 카피의 강국이 될 수밖에 없다.
재즈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각각 다르고 가능성 있다고 가르쳐주는 인생의 음악이다. 단지 오랜 숙련의 기간, 그 안에 있는 인생의 굴곡 그리고 외로움이 깃든 그런 아린 음악이다.
어떤 대중 음악인이 세개의 코드로 음악을 만들어 3만 팔로워 팬들을 가졌다면 재즈 음악인은 3만개의 음의 조합, 스케일 배열과 멜로디 프레이징, 코드보이싱의 조화로 단 3명의 팔로워 팬들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 세분은 너무나도 귀하다. 그 세분이 계셨기에 내가 아직까지 재즈뮤지션인지도 모르니까. 나도 팔로워 K를 꿈꿔 보자. 코드를 많이 덜 써야하나 아니면 그 몇백 배의 음들을 더 써야할지 고민해 보겠다.
배장은 재즈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