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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효정국제문화재단 무용단 ‘ᄒᆞᆫ’ 창단공연…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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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계절은 열면 구름처럼 흘러간다/ 음계를 하나씩 부여받고 사연을 감싸 안은 사람들은 자신의 시를 쓴다/ 겨울과 겨울 사이/ 침묵과 아린 슬픔이 자작나무의 얼룩처럼 번져 간다/ 대지는 인간의 슬픔과 눈물을 껴안고 깊어 간다/ 느린 빗방울이 마지막 남은 잎사귀들을 훑어낼 즈음/ 차가운 결기로 달라붙는 이지(理智)/ 겨울나무 사이로 장엄이 피고/ 인간은 나무를 닮는다/ 거친 회색으로 뒤 덥힌 안개가 물러나고/ 낮 햇살 틈새로 무지개 피기를 기원하는 여심(餘心)

기해년 가을 한가운데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효정국제문화재단(이사장 윤영호) 무용단 ‘ᄒᆞᆫ’(예술감독 조성민) 창단공연으로 공연된 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Winter, Life, In Between Them>는 2016년 제37회 서울무용제에서 무대예술상을 수상한 작품을 한 시간 분량의 작품으로 수정 및 보완한 것이다. 불확실성이 시대를 휘젓고 뒤 범벅이 되면 인간은 배반을 모르는 자연을 찾게 되고, 조화와 상생을 꿈꾼다. 그러는 사이에 인간다워 진다.
안무가 조성민은 인간의 삶 자체를 아름다운 시로 여긴다. 겨울의 시대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해야 할 인간의 심장마저 차갑게 변해버린 현실, 그녀는 운율을 지닌 함축적인 몸의 언어로 주제에 걸맞는 정서와 느낌을 표현해낸다. 그 표현은 인간의 무한 동심(童心)과 자연의 조화에서 발현되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안무가는 겨울 뒤 봄이 오듯 ‘몸 시(詩)’로써 마음을 내보이며 인간들 서로가 감동을 전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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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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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조성민은 독무로 상수의 샤막 앞에서 겨울의 감정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봄이 오길 기다리지만,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 현실과 싸우고 타협해야 하는 시대적 인간 심리를 담백하게 담아내며 곧 포근한 시대가 올 것이라는 암시를 어둠을 뚫고 멀리 응시하는 따뜻한 시선으로 나타낸다. 음악은 독일에서 조성민과 협업의 무대를 가졌던 파블로 라스카노(Pablo Lascano)의 ‘겨울의 소리(Sound of Winter)’를 사용하여 겨울 이미지를 표현하였다.

샤막이 걷히면 여덟 명의 무용수들이 종으로 서 있다. 무대 뒤를 향해 정중동의 발걸음으로 미세하게 걷다가 흩어짐과 합져짐을 반복하며 무엇인지도 모르는 짐을 얹고 가듯 무겁고 절제된 반복된 걸음으로 자신이 정해놓은 앞이라는 길을 향해 간다. 의상은 겉모습에 숨어 사는 인간을 표현한다. 그들은 중세 드레스 풍의 큰 의상과 한지를 땋아 또아리를 틀어 올려 만든 모자를 쓰고 도도하거나 로보트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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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된 삶의 겉치레 인간들 사이에 주인공 김지우는 군무진과 상반된는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오는 주체성과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는 인간상을 상징한다. 간단한 슬립의 김지우는 보통 사람들과 차별화되는 이미지를 준다. 조명기 샤피 64대가 3차원 공간에 원고지를 만들어 내고 그 네모 안의 무용수의 몸짓이 써놓은 글의 형상이 된다. 가로·세로의 수많은 빛은 삶이라는 감옥으로 비춰지기도 해서 화려함과 쓸쓸함이 공존한다.

군무진이 무대의 상·하수로 멀리 제각각 흩어지는 동안 김지우는 무대 앞으로 나와 천천히 객석 전체를 응시한다. 군무진들은 주인공의 자리에 맞춰 앞으로 나와 일렬로 서서 무너지기도 하고 곤두서기도 하며 객석을 응시하다가 상·하수의 무용수들이 지그재그로 땋은 구도로 서로의 사이를 지나 각자의 길을 떠난다. 각자의 움직임은 천편일률적인 사회를 벗어나고픈 심정을 표현한다. 원고지와 감옥을 표현하던 조명은 어느새 한 평의 작은 터전이 되고, 그 안에 무용수 한 명씩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규칙적이며 일률적인 공간과 인간의 마음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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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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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큰 드레스의 사람들이 하나씩 자기의 길을 갈 때 현대적 검정 의상의 무용수 다섯이 나와 드레스 입은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하기도 충돌하기도 하며 무대에 공존한다. 먼저 사내(김영찬)가 상수 업스테이지에서 드레스를 입은 무용수의 검은 마음을 표현하는 영혼처럼 괴롭히듯 따라다니며 베이지색 드레스의 건조한 분위기의 무용수와 상반되는 이미지를 구축한다. 여인(서별이)은 사내(한성)의 어깨에 올라앉아 등장하며 검은 컨텍을 보이며 군무진을 괴롭힌다. 다른 사내(권용상)는 바닥, 여인(조성민)도 자신만의 공간에서 내면과 외형을 표현한다. 다른 여인(김지우)은 인간의 겉과 속이 공존하는 공간을 바라보며 천천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드레스의 사람들이 사라질 때 즈음 여인(김지우)와 함께 다섯 무용수들은 1장, ‘인간의 헹과 연‘의 무용수들과 달리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횡으로만 움직이며 표현한다. 자유로운 모습으로 함께 가기도 하고, 각자의 길을 가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고, 격한 삶을 살기도 하고, 자신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각자의 삶을 그려낸다. 사내(김영찬)은 무중력에서의 에너지를, 사내(권용상)은 중력을 이용한 속도감을, 여인(서별이)와 사내(한 성)의 듀엣은 인력과 척력을 통한 높이감을, 여인(조성민)은 일상적 동작에서의 무게감을 표현한다. 주인공 김지우는 이러한 무용수들과의 에너지 속에서 자신만의 속도감과 집중력을 잃지 않고 움직임을 수행한다.

이내 무대에 혼자 덩그러니 남은 주인공 김지우는 작은 비뚤어진 네모 난 조명 안에서 흔들리고 뒤집히며 자신을 토해내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수 업스테이지에 샤피 조명 가로 2개. 세로 4개로 만들어진 네모난 공간 안에서 거부와 인정의 간극 안에서 계속되는 구토의 동작을 통해서 토해져 나온 자신(김영찬)과 마주한다. 내 안의 성정에게 오롯이 의지한 채 자유스럽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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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앞선 무용수들의 움직임이 겨울의 흔적이었다면, 현실적 여섯 명의 겨울을 여인(김지우)은 마주친다. 검정 슈트의 장면은 보이는 그대로의 현실이다. 독일 작곡가 다니엘 조르가츠(Daniel Sorgatz) 의 음악 ’일깨움‘(Awakening) 또한 작품 분위기에 부합된다. 무대 바닥에 눈이 많이 쌓여 있는 듯한 움직임과 약간 신나고 즐거운 겨울 분위기의 음악은 곧 봄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복선으로 깐다. 여인(김지우)이 바람에 날려 날아간 곳은 현실의 겨울 시간이다. 다른 여인(한지혜)은 다른 공간과 시간에서 온 듯한 여인(김지우)와 서로의 존재를 탐구하며 신기하게 느끼며 팔을 뻗어 악수를 시도하나 스치듯 빗나가며 각자의 시간으로 사라진다.

여인(한지혜)는 눈이 내린 듯한 풍경을 혼자 느끼는듯한 동작과 감정을 표현하며 이내 등장한 여인(김혜원)과 함께 눈놀이 같은 이인무를 펼친다. 군무진 김태은, 김진성, 이유정은 자켓으로 머리를 감싸는 듯한 장난기 섞인 동작으로 등장한다. 각자의 겨울을 느끼는 동작을 하다 음악이 디크레센도가 될 때 동작도 촛농이 녹듯 미니멀해지다 모두가 바닥으로 내려간다. 무대 중심에서 사선 방향의 하수 업스테이지로 바닥을 손바닥으로 밀며 점점 밀려갈 때 박지현이 상수 다운스테이지에서 나와 역동적인 동작을 하며 겨울의 힘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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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여섯 명의 현실의 겨울 속 무용수들은 내리는 눈을 보듯 연기를 하며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가 원을 만들어 원의 구도로 동작을 수행한다. 이 장면 이전에는 조명도 동작의 구도도 모두 직선의 구조였지만 작품의 반이 거의 지나서야 눈덩이 모양의 원의 곡선 구조를 보이면서 봄이 올 것과 사람은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둥글둥글한 결론의 복선을 계속해서 암시 한다. 따뜻한 겨울을 그리워하는 한 인간을 표현하는 여인(조성민)은 초반에 주인공 김지우가 혼란의 겨울을 바라보던 그 자리에 등장하여 현실의 겨울을 바라본다. 이어지는 독무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혼자이지만 함께 있는 듯한, 거친 파도 뒤에 올 평안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큰 드레스를 벗어버리고 하얀색과 검정색의 중간인 회색의 의상을 가볍게 바꿔 입은 여덟 명의 무용수와 김지우는 현란한 군무를 춘다. 군무는 자신만의 삶을 쌓아가는 것이 아닌 서로의 시간을 땋아주며 함께 쌓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은 매 순간 선택적 삶 속에서 혼자 발을 구르지 않아도 되고, 넘어지는 것이 두려워 얼음 위에 올라갈 생각조차 못 하던 자신이 함께 그곳을 조심조심 걸어주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다. 혼돈과 매서운 겨울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겨울의 모습은 서서히 사라지고 각자가 원하는 삶과 남을 의식하지 않는 참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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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시의 운율이 살아 움직이듯 무용수들은 시의 행과 연을 구조화하여 복잡하지만 깨끗한 선의 이동과 단어의 움직임을 보이듯 춤춘다. 45초가량 큐브를 끼워 맞추는 듯한 장면은 타이밍과 자리 이동, 동작의 구성을 더욱 섬세하게 연구하여 구성한 것으로서 인간의 다양성 속에서 함께 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만든 안무가의 섬세한 의도가 담긴 장면이다. 군무진의 에너지 넘치는 움직임과 동선의 화려한 변화에서 현시대 인간들의 복잡하고 바쁜 일상의 삶이 시의 운율처럼 느껴지며 마지막 바닥에서 몸부림을 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가장 순수한 영혼을 만나 삶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이상적 인간상이 표현된다.

자신을 온전히 드러 낸 후의 힘겨움과 홀가분함을 동시에 안고 혼자 무대 중간에 남은 김지우는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며 그 에너지와 자신만이 존재하는 공간을 끌어안고 있다. 이때 하수 업스테이지에서 상수 다운스테이지까지 사선으로 걸어 나오는 여인(조성민)은 한치의 끊어짐도 없이 한 호흡으로 맨 처음 그 자리로 돌아온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 않지만 분명 서로를 느끼고 있는 김지우와 조성민은 소통과 함께 서로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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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

다시 파블로의 프롤로그 음악이 나오면서 흰 드레스를 입은 여덟 명의 무용수가 1장과는 다르게 각자의 방향에서 자유롭게 등장하여 종으로 일렬을 선다. 그들은 원래 가려던 그곳을 향해 여전히 가고 있지만, 이제는 각자의 계획을 가지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행복하고 따뜻한 걸음으로 간다. 그들을 따라가는 주인공 김지우도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간다. 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보다 오는 것에 대한 기대를 갖는 삶을 겨울과 함께 노래하며 끊임없이 걸어 나간다.

무용수들은 안무가가 십 년 이상 된 제자들 김지우·송혜림·전슬기·민혜림·김가행·배우진·박선영·박지현, 성균관대에서 만난 한지혜·김혜원·김태은, 서울예고에서 만난 제자 김진성·이유정이다. 여기에 오래된 아주 가까운 제자이며 무용 도반이라고 할 수 있는 권용상과 서별이, 처용무보존회에서 만나 친동생 같이 지내는 김영찬, 경주 정동예술단 주역무용수 한 성이 출연하여 돈독한 무대를 만들었다. 인간의 행과 연 사이의 마음의 외형과 몸의 내재를 시어로 풀어낸 조성민 안무의 <인간의 시-겨울사이>는 무용단 ‘ᄒᆞᆫ’(韓)의 의미 있는 창단공연이었다.


장석용 글로벌이코노믹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사진없는 기자

장석용 문화전문위원(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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