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 재건축·재개발 단지뿐만 아니라 가로주택정비와 리모델링 단지도 포함시키면서 수익성 저하 등을 우려한 해당 단지의 주민들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일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최근 부동산시장 점검 결과 및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일반 재건축, 재개발은 물론 '일반분양 30가구 이상'인 소규모정비·리모델링사업도 예외 없이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택법에 따르면 30가구 이상을 일반분양하는 주택사업의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도록 돼 있다.
그러자 소규모정비·리모델링 단지 주민들이 정부 발표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해당 사업이 일반 재개발·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데다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권에 들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은 낡은 단독·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면적 1만㎡ 미만의 지역에서 수십~수백 가구 단위로 새로 집을 짓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자율주택정비사업, 미니재건축사업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번 분양가상한제 소급 적용으로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소규모정비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투기과열지구인 서울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단지 10개 가운데 3개꼴로 '일반분양 30가구 이상'으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대상에 포함돼 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소규모 재건축조합장은 “일반분양 가구 수가 40여 가구가 넘는 우리 단지의 경우 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곤혹스러워 하며 “최근 조합원들 사이에서 정부에 불만이 확산되고 있으며, 심지어 '사업을 하지 말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지경”이라고 소규모정비시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주택단지들도 비상이 걸렸다. 법이 허용하는 기존가구 수 대비 15% 이내 증축을 통해 늘어나는 주택을 일반에게 분양해 사업비를 충당할 계획이었던 리모델링조합들 역시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분양 수익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최근 입법 예고한 주택법 시행령에서 재건축·재개발주택의 경우,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을 종전 ‘관리처분인가 신청 시점’에서 ‘최초 입주자 모집승인 신청 시점’으로 변경했다. 관리처분승인 이후 단계의 재건축·재개발조합에게 탈출구를 마련해 준 것이다.
그러나 리모델링 단지의 경우, 별도의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점의 유예 없이 기존 주택법 대로 30가구 이상 일반분양하면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성남 분당 등 투기과열지구에 속한 리모델링 추진단지 가운데 애초에 일반분양 30가구 이상이거나 가구수 증축을 계획했던 조합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리모델링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용산구 이촌현대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해 일반분양 가구 수가 97가구 늘어났다. 조합은 내년 상반기 중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리모델링단지도 상한제 소급적용 대상에 포함되면서 위기를 맞았다.
이 곳의 한 조합원은 “용산구 지역에 상한제 적용 여부에 따라 사업 희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일반분양가격이 조합원의 예상치보다 70∼80% 낮아질 경우, 가구당 수억 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할 판”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소규모정비사업과 리모델링사업이 현 정부가 공약으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라고 강조하면서 "지원은 해주지 못할망정 오히려 규제를 더해 사업을 악화시키고 있다. 상한제로 조합의 일반분양 수익이 줄어드는 대신 용적률을 높여주는 등 정부의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김하수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