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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가을꽃 둥근잎꿩의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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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훈 시인
마침내 더위가 그친다는 처서가 지났다.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처서는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처서가 지나니 바람의 방향도 달라지고 산봉우리 위로는 연신 흰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밤이면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비록 처서가 지났다고는 해도 한낮의 햇살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어 선뜻 가을을 예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초목들은 처서를 분기점으로 하여 물 긷는 일을 멈추고 가을채비를 서두른다. 하늘에 별자리가 바뀌듯 지상의 꽃들도 자리바꿈을 하여 가을향기를 풀어놓기 시작한다.

숲해설가 과정을 함께 했던 지인 한 분이 큰꿩의비름 꽃 사진을 SNS로 보내왔다. 남한산성에서 찍었다는 그 어여쁜 분홍별꽃을 보며 나는 오래 전 주왕산에서 만났던 둥근잎꿩의비름을 떠올렸다. 둥근잎꿩의비름은 돌나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둥근잎꿩의비름 외에도 같은 집안 식구로 세잎꿩의비름, 큰꿩의비름, 꿩의비름, 자주꿩의비름 등이 있다. 얼핏 보아서는 같아보여도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달라 어렵지 않게 구분할 수 있다. 타원형의 잎이 3~4장씩 돌려나며 백록색 꽃이 피면 세잎꿩의비름, 이보다 좀 더 크고 홍자색 꽃이 피며 잎이 넓적하게 보이는 것은 큰꿩의비름이다. 또한 잎이 돌려나지 않고 마주나거나 어긋나며 흰 바탕에 붉은빛이 도는 꽃이 피는 것은 꿩의비름, 긴 타원형의 잎이 마주나거나 어긋나면서 자주색 꽃이 피는 것은 자주꿩의비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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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잎꿩의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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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꿩의비름

둥근잎꿩의비름은 경북 청송의 주왕산을 중심으로 그 일대의 산에서 드물게 만날 수 있는 희귀식물에 속한다. 대표적인 군락지로는 주왕산의 절골계곡과 포항의 내연산 계곡이 꼽힌다. 깊은 계곡의 깎아지른 듯한 바위틈에서 이름처럼 둥근 잎을 단 줄기를 물 쪽으로 늘어뜨리고 줄기 끝에 진분홍의 꽃을 피운 모습은 단숨에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매혹적이다. '둥근잎꿩의비름'은 바위 틈새에 자리를 잡은 몇 개의 굵은 뿌리에서 잎과 줄기가 나오는데 15∼25㎝ 정도까지 자란다. 줄기는 바위를 타고 옆으로 기는 성질이 있는데, 줄기는 갈라지지 않고 그 끝에 꽃을 피운다. 잎은 두 잎씩 마주나기로 달리는데, 달걀형 혹은 둥근 타원형의 다육질로 잎 가장자리에는 물결모양의 불규칙적이고 둔한 톱니모양이 있다.

꽃이 피는 시기는 여름과 가을이 자리바꿈하는 처서 무렵으로 짙은 홍자색의 작은 꽃들이 모여 피어 커다란 꽃송이를 이룬다. 돌나물과에 속하는 꽃답게 꽃잎과 꽃받침은 각각 5장씩으로 별 모양을 하고 있다. 꽃이 지고 난 뒤에 달리는 열매도 물론 5개씩 달린다. 둥근잎꿩비름은 한정된 지역에서만 자라는 귀한 식물이지만 인기가 매우 높다. 꽃이 아름다운데다 번식도 쉽고 키우기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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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꿩의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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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잎꿩의비름
자연에서 만나는 둥근잎꿩의비름은 저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깊은 계곡의 바위절벽 틈이다. 발 하나 디딜 곳 없는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살면서도 태연스레 매혹적인 꽃을 내어단 모습은 차라리 삶을 초월한 신선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둥근잎꿩의비름이 이처럼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비밀은 비가오거나 물안개가 피어날 때 다육질의 두툼한 잎과 줄기에 물을 잔뜩 저장해 두고 조금씩 아껴 쓰는 데에 있다.

둥근잎꿩의비름이 관상용으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는 대로 캐어가는 바람에 자생지가 많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가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아름답다. 둥근잎꿩의비름이 물을 몸속에 저장해 두고 조금씩 아껴 쓰듯이 귀하고 어여쁜 꽃일수록 탐을 내기보다는 보호하고 아낄 줄 아는 지혜가 못내 아쉽다. 꽃이 많지 않은 환절의 길목, 가을맞이 행사로 등근잎꿩의비름을 만나러 훌쩍 길 떠나고픈 요즘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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