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 시간) 이란산 원유 금수 제재에 대한 예외 조치를 오는 5월 이후로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런 압박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등 외신들은 미국의 '이란 원유수출 제로화' 정책이 세계 경제와 외교관계에 가져올 부작용과 갈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경고를 잇따라 실었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금수 조치에 대해 한국·중국·인도·일본·터키 등 8개국에 180일간 예외를 인정했다. 다음 달 2일 종료시점을 앞두고 미 행정부는 예외 인정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이에 따라 이를 어기는 국가는 미국의 제재를 받게 됐다.
나피스 알람 레딩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의 추가 생산으로 석유 공급 위기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선 이들 나라들이 협력에 나설지 회의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최근 몇 달 동안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미국의 셰일원유 생산이 크게 늘고 전 세계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면 공급 과잉으로 원유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공급을 크게 줄였다.
지난해 12월 러시아를 포함한 석유 생산국가들은 원유생산량을 하루 120만 배럴 감축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의 우방인 사우디 조차도 이에 적극 동조해 합의안보다 실제 더 많은 양의 감산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금리 인상과 무역 전쟁으로 인해 이미 압박을 받고 있는 세계 경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은 특히 이미 인플레이션이 확산되고 있는 인도 같은 나라들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란 석유를 두 번째로 가장 많이 수입하는 한국의 경우 이란산 초경질유로 나프타 같은 석유화학 제품을 만들어 주변 국가에 팔지만 이 또한 가격이 오르면 그 여파가 한국은 물론 다른 나라의 무역 수지 악화로 번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드로우 윌슨 국제학술센터 부회장이자 중동 전문가인 애론 데이비드 밀러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예외 조치 철회가 이란 정권교체나 군 감축 등 당초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이란의 군사적 행동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예외 조치 연장 중단을 통보받은 국가들과 충분한 사전 논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워싱턴D.C. 소재 브루킹스연구소의 이란 전문가 수잔 맬로니는 미 행정부가 지난해 11월 이란 금수 예외 인정 조치를 발표했을 땐 이란산 원유 수입 제로화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22일 급작스럽게 철회를 발표했다며 원유 수요가 정점을 찍는 올 여름을 앞두고 이란의 보복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록 이란이 실제로 원유 이동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지는 않겠지만 이란은 이라크의 원유 수출을 방해하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의 원유 및 가스 생산 업계와 수출업계에 사이버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환용 글로벌이코노믹 편집위원 khy031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