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도 억울한 대목이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아라. 정말 부끄러움이 없는지. 문단의 거목답지 못하다. 나이도 많다. 회개할 시간이 넉넉하지도 않다. 고은은 자기 부정을 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회개를 하는 게 마땅하다. 그리고 피해자와 독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왜 그것을 하지 못할까.
최영미는 “(고은이) 공개된 장소에 누워 ‘자위행위’를 하면서 ‘니들이 만져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그가 권력의 최정점에 있다는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 12월 ‘황해문화’에 시 ‘괴물’을 공개하며 고은의 성폭력을 최초로 폭로한 셈이다. 그로부터 1년 2개월만에 그 같은 주장이 허위가 아님을 재판부로부터 입증받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이상윤 부장판사)는 "최 시인이 제보를 하게 된 동기, 당시 상황 묘사에 특별하게 허위로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했다. 다만 박진성 시인에게는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해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고은은 자신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 시인과 박지성 시인에게 각각 1000만원의 배상을 포함해 총 1억70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최 시인이 입을 열었다. 15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저는 진실을 말한 대가로 소송에 휘말렸다. 다시는 저와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성추행 가해자가 피해자를 뻔뻔스레 고소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진실을 은폐하는데 앞장선 사람들은 반성하기 바란다"면서 "저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문단 원로들이 도와주지 않아서 힘든 싸움이었다"고 덧붙였다.
오풍연 주필 poongye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