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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근심을 잊게 하는 망우초(忘憂草)-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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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승훈 시인
요즘 화단마다 원추리 꽃이 한창이다. 붓다 긋다를 거듭하는 장맛비 사이로 물방울을 머금고 피어 있는 노란 원추리 꽃을 보면 마치 내 안에도 꽃등을 켠 듯 마음이 환해진다. 쨍한 햇살 아래 피어 있는 모습도 아름답지만 비 오는 날 함초롬히 빗방울을 머금고 있는 모습은 일상의 근심을 다 잊게 할 만큼 아름답다. 요즘은 조경용 지피식물로 각광을 받으면서 도시의 공원이나 도로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꽃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집안 뒤뜰 깊숙이 심어두고 즐기던 아녀자의 꽃이었다.

옛사람들은 근심을 잊게 해주는 꽃이라 해서 원추리를 망우초(忘憂草)라 불렀다. 꽃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근심을 잊게 할까 싶기도 하지만 임신한 여인이 원추리를 품고 있으면 아들을 낳는다 하여 ‘의남초’로 불렀다는 이야기를 상기하면 생각이 달라진다. 전통시대 여인들의 가장 큰 근심은 아들을 낳지 못하는 것이었으니 아들을 낳게 해주는 원추리야말로 최고의 망우초가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원추리를 한자로는 훤초(萱草)라 한다. 여기에서 훤(萱)은 잊는다는 뜻이다. 옛사람들은 어머니가 머무는 안채를 훤당(萱堂)이라 불렀다. 이는 곧 원추리가 피어 있는 집이란 뜻이다. 훤당이란 말속에는 어머니가 근심 걱정을 모두 잊고 노후를 편히 지내시길 바라는 자식의 효심이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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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원추리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화초다. 봄이 되면 난초잎처럼 멋스럽게 길게 뻗은 잎사귀가 부챗살처럼 퍼지며 자라서 싱그러움을 더하다가 여름으로 접어들면 꽃대를 밀어 올린다. 그리고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꽃대 끝에 한 송이씩 꽃을 피운다. 원추리 꽃은 여름내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꽃 한 송이의 수명은 단 하루뿐인 일일화(一日花)이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시드는 단명한 꽃이지만 무궁화나 목백일홍처럼 날마다 새로운 꽃이 피고 지길 거듭하면서 여름내 화단을 지키고 있어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는 것뿐이다. 그래서일까. 모든 원추리를 통칭하여 부르는 라틴어 속명(屬名) 헤메로칼리스(Hemerocallis)는 ‘하룻날의 아름다움’이란 뜻이다. 서양에서 부르는 이름도 하루백합(daylily)이다.

원추리는 그 종류가 다양하고 개화시기도 조금씩 다르다. 꽃이 가장 크고 색깔이 주홍빛이며 안쪽에 더욱 진한 색의 무늬가 있는 원추리꽃을 비롯하여 산야에 자생하는 원추리의 종류도 많은데 대부분 진한 노란 색을 띠고 있다. 요즘은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품종이 개발되어 흰색에 가까운 꽃에서 보라색 꽃까지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노란 각시원추리의 소박하고도 단아한 자태에 더 마음이 간다. 화단에서 만나는 꽃도 아름답지만 여름 산속에서 만나는 각시원추리는 각별한 기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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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추리

원추리는 꽃만 고운 것이 아니라 독성이 없어 예로부터 좋은 먹을 거리였다. 봄에 마늘 싹처럼 뾰족뾰족 돋아난 원추리의 어린 순을 넘나물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뜯어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하고 국을 끓여 먹기도 했다. 중국요리에서는 원추리 꽃을 금침채, 또는 황화채라 하여 지금도 귀한 식재료로 쓴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답답한 가슴을 뚫거나 폐결핵, 빈혈, 황달, 이뇨 등의 치료하는 약재로 널리 쓰였다.
일반적으로 너무 화려한 꽃은 향기가 부족하고, 향기가 진한 꽃은 색이 화려하지 않다.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부귀를 뽐내는 자들은 맑게 우러나오는 향기가 부족하고 그윽한 향기를 내뿜는 자들은 쓸쓸한 기색이 역력할 때가 많다.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진한 향기도 없지만 수시로 비 뿌리는 장마철에 어여쁜 자태로 피어나 우리의 근심을 잊게 해주고 좋은 먹을거리가 되어주는 원추리 꽃이 사랑스러운 이유다. 마음의 울타리 튼실치 못하여 수시로 비바람 들이쳐서 마음이 눅눅해졌다면 잠시 하던 일 접어두고 밖으로 나가 원추리 꽃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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