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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향기] 부처를 닮은 꽃-불두화

백승훈 시인이미지 확대보기
백승훈 시인
불기 2562년을 맞아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표어로 ‘지혜와 자비로 세상을 아름답게’가 선정됐다. 지혜와 자비는 부처의 가르침 핵심으로 지혜 없는 자비는 위선과 자기만족에 그칠 수 있고 자비 없는 지혜는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지혜와 자비를 갖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아름다운 새 세상을 만들어 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설명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하여 탐스럽게 피어나는 꽃이 불두화(佛頭花)다. 이름 그대로 부처의 머리를 닮은 꽃이다. 꽃송이가 마치 곱슬곱슬한 부처의 머리카락인 나발(螺髮)을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절에선 흰 승무 고깔을 닮았다고 ‘승무화(僧舞花)’라 부르기도 한다. 영어로는 눈을 뭉쳐놓은 공 같다고 해서 ‘스노볼 트리(Snowball Tree)’라 한다. 내 어렸을 적엔 사발꽃이라 불렀는데 멀리서 보면 정말 흰 쌀밥을 가득 담아 놓은 사발 같이 보였다.
불두화를 보면 아련한 추억이 하나 떠오르곤 한다. 어느 해 봄인가 여사친과 남도 여행길에서 불두화가 소담스럽게 피어 있는 절집에 들렀을 때였다. 잠시 산방 마루에 걸터앉아 한가로이 쉬고 있을 때 친구가 자신을 꽃으로 치면 어떤 꽃을 닮았느냐고 물었다. 별 생각 없이 수국을 닮았다고 대답했다가 친구가 자신이 그토록 여자로서 매력이 없느냐고 따지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친구가 화를 냈던 이유는 수국이 불두화와 같은 무성화(無性花)였기 때문이다. 암술 수술이 있는 유성화와는 달리 무성화는 꽃은 풍성하고 탐스럽지만 생식능력이 없어 열매를 맺지 못한다. 원래 야생의 백당나무를 정원수로 개량하면서 꽃의 탐스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생식기능을 제거해 버렸기 때문에 포기나누기나 삽목을 통해서만 번식이 가능한 나무가 불두화다.

불두화의 모체가 되는 백당나무는 두 가지의 꽃을 함께 피운다. 백당나무는 인동과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으로 키가 3m를 넘지 못한다. 백당나무라는 우리 이름의 어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흰색 꽃을 피우는 당분이 많은 나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백당나무는 밀원식물로 꽃이 피면 많은 벌과 나비가 찾아온다. 백당나무꽃을 자세히 보면 흰 꽃들이 여러 개 모여 둥글게 꽃차례를 만들어 다는데 안쪽의 작은 꽃들이 유성화이고 바깥쪽을 장식하는 조금 큰 꽃은 무성화이다. 꽃잎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중심의 유성화는 둘레의 화려한 꽃잎만을 지닌 무성화가 유인한 곤충들의 도움을 받아 수분을 하여 열매를 맺는다. 유성화와 무성화의 효과적인 역할 분담을 통한 고도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성(性)을 초월하여 모든 이에게 아름다움을 전하는 불두화를 절집에서 많이 키우는 것은 중생 구제를 위해 출가하여 정진하는 스님과 가장 잘 어울리는 꽃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백당나무 같이 인동과에 속하는 불두화 나무의 이파리는 세 갈래로 갈라져 있는데 이는 불가의 불(佛)·법(法)·승(僧)을 상징한다고 한다. 불두화의 꽃말은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우주 만물이 항상 생사와 인과가 끊임없이 윤회하므로 세상에 변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는 뜻이다.

봄꽃이 지고 아직 여름 꽃은 피지 않아 세상이 녹음으로 짙어져 갈 때 초록 위에 흰 수를 놓듯 탐스럽게 피어나는 백당나무 꽃이나 불두화를 보면 부처의 ‘너 없이 나 없고, 나 없이 너 없어 서로가 기대어 있다’는 연기(緣起)의 가르침과 ‘서로 더불어 살라’는 상생(相生)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하늘은 녹이 없는 사람을 낳지 않고, 당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고 했다. 백당나무의 유성화와 무성화가 각기 역할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존재의 이유와 역할이 있게 마련이다. 절마당의 흰 불두화가 우리의 속된 마음을 정화시켜주듯 서로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마음으로 이웃을 꽃 보듯 대한다면 세상은 훨씬 향기로워질 것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사진없는 기자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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