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록스는 주주들의 불만 요청이 "매우 부도덕하다"고 비난하면서 합병을 막기 위한 요청을 거부할 것을 법원에 요청한 상태다. 아이칸과 디슨을 주축으로 한 대주주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제록스의 임시 주주 총회에서 위임장 쟁탈전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후지필름은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합병을 반대하던 아이칸을 비롯한 대주주들은 며칠 전부터 스스로 협상 의지를 보여 왔으며 결국 7일(현지 시간) 제록스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주당 40달러(약 4만3160원) 이상을 후지필름이 제시하는 것을 전제로 인수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이칸이 제록스 주식의 인수 금액에 대해 구체적 금액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후지필름 측에 인수가에 대한 양보를 촉구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서한은 또 "제록스 주식의 평가가 40달러 이상이면 고려할 가치가 있다"는 문장을 통해 "결정적으로 투자 수익만 확보되면 인수를 승인하겠다"는 암묵적인 메시지로 풀이할 수 있다. 제시한 40달러는 미국 뉴욕 주식 시장에서 제록스 거래가(7일 종가)의 1.4배 수준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충분히 수익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양사는 지난 1월 말 합작 자회사 후지제록스와 제록스를 합병하고 주식의 과반을 보유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시장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인쇄기계의 수요가 침체되는 가운데 제록스는 합병에 의한 규모 확대와 함께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들은 "후지필름이 제록스를 크게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후지 측에 "제록스를 훔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디슨은 "후지필름에 의한 제록스 인수는 부정적"이라며 뉴욕 법원에 인수 중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일본 후지필름의 미 사무 대기업 제록스 인수에 '급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주주들이 스스로 타협안을 제시함으로써 법적 공방으로 결론날 것만 같았던 인수 계획은 드디어 타협점을 찾았다. 결국 그동안 효율적인 경영을 목표로 합병하고자 하는 양사의 주장과 주주들 사이의 대립은 "조금이라도 더 이익을 챙기려는 욕심"으로 최종 결론지을 수 있다. 인수 금액만 협상되면 후지필름의 제록스 인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김길수 기자 gski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