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회사는 나의 생각과 전혀 달랐다. 만일 이렇게 정상적이지 못한 제품을 선물로 보내면 군인들이 제대 후 자사제품을 사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지금의 가격으로 환산해도 1억 원이 넘는 가치의 제품인데다 미생물의 위협이 남아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덩어리가 되었다는 이유로 버린다는 것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우리는 유통기한을 먹어서는 안 되는 제품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포함된 영양소나 미생물이 포장지에 제시된 것보다도 감소가 되면 유통기한으로 표시하여 그 시점 이내에 판매가 이루어져야 법에 저촉을 받지 않는다. 해당제품은 유산균이 6억 마리나 들어 있는 제품이다. 당연히 6억 마리의 유산균이 제대로 살아남지 못하면 다른 식품 성분에 아무런 하자가 없어도 소비자를 속이는 행위로 보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유통기한이내에 소비가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식품의 유통기한을 설정함에 있어 이와 유사한 경우들이 있다. 김과 같은 제품은 바삭바삭해야하는데 눅눅해지면 팔 수 없는 제품이 되고 만다. 단지 수분이 흡습되어 조직감이 변해졌다는 이유이다. 말랑말랑한 찹쌀떡은 수분이 날아가 딱딱해지면 내용물의 변화가 없어도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판정한다. 그 떡을 먹어도 아무런 탈이 없지만 먹어서는 안 되는 제품으로 인식한다.
우리들은 유통기한을 먹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만 이해를 하고 있다. 수입제품에서는 상미기한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있는데 이는 기한이 지나면 맛이 조금 달라졌을 수도 있음을 알려주는 표시다. 먹어도 상관은 없으나 맛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사실 유통기한을 설정함에 있어 고기류나 생선 유제품과 같이 미생물의 개체수를 기준으로 설정하는 경우 유통기한이 지나면 매우 위험할 수도 있다. 반면 식중독 위험은 없지만 입안에서 느끼는 조직감이 정상적인 것과는 차이가 나는 것을 기준으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유통기한이 지난 것을 먹어도 인체에 유해하지는 않다. 설탕, 소금, 향신료, 밀가루, 사탕, 건빵, 과자 등과 같은 제품이 이에 해당된다. 따라서 식품의 유통기한을 한 가지 기준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좀 더 차분하게 대처하였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식품회사가 잘못을 인정하였다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유통기한이 가까워진 제품을 가져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 여러 사회복지관에 전화로 유통기한이 가까운 제품이 있는데 가져갈 의향이 있는지 여부를 사전에 문의하고 필요한 곳에 나누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노봉수 서울여대 식품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