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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윤용선 기자] 엿 바꾼 철강 자긍심

윤용선 기자

기사입력 : 2017-12-18 11:10

산업부 윤용선 기자
산업부 윤용선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윤용선 기자] 사람의 감정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분이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맥클란드 교수이다.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긍정적 감정’이 면역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입증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할 경우 몸 속에서 면역체인 면역글로불린A의 수치가 현저히 상승한다는 것이다. 맥클란드 교수는 자긍심(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개인이 자기를 바라보는 관점이 곧 그의 삶을 좌우하는 매커니즘이라는 것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馬雲) 회장도 자긍심과 사명감을 강조한다. 그는 알리바바를 단순히 돈만 잘 버는 기업이 아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키우려고 했다. 마윈 회장은 기업인의 자긍심에 대해 “세상에는 세 종류의 사람이 있는데 바로 돈을 버는 장사꾼,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구분하는 사업가,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진 기업인이다”고 말한바 있다. 자긍심 없이 사업을 영위할 경우 장사꾼 또는 장사치에 불과할 수 밖에 없을 꼬집은 것이다. 알리바바는 그렇게 전세계가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기업이 됐다.
최근 철강업계 내에서는 왜 저렇게까지 할까? 라고 생각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자존심도 자긍심도 포기하고 돈만 벌면 된다는 씁쓸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바레인산 H형강이 처음으로 수입됐다. 중국 일본 보다 낮은 수출가격이 제시됨에 따라 3만톤에 육박하는 물량이 계약됐다. 문제는 바레인산 H형강이 KS BS JIS 등 제품인증을 아무것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되었다는 점이다. 수입 주체들은 이러한 문제를 충분히 인식한 상태에서 수입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일본 보다 월등히 낮은 가격에 수입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국민의 안전은 뒷전이 돼버린 것이다.

다만, 수입업체는 시험성적 의뢰 결과가 KS에 준하는 제품으로 판명 났기 때문에 50톤 마다 시험성적서를 첨부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산업표준(KS)의 커다란 구멍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이다.

하나 더 안타까운 것은 바레인산 H형강 수입에 종합상사가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K상사 이름으로 신용장(LC)이 개설됐다. LC 개설에 따른 수수료가 목적이었을 것이다.
과거 종합상사는 70~80년 대한민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핵심이었다. 상사맨의 이야기가 불과 얼마 전에도 드라마로 제작된바 있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상사맨의 자긍심은 그 누구 못지 않았다. 그러나 어는 순간 종합상사가 인증도 제대로 받지 않은 제품을 수입업체로 전락한 것이다.

철강 오퍼상의 자긍심은 종합상사 보다 더 바닥이다.

최근 한 수입 오퍼상은 관련업계에 520달러짜리 철근 오퍼를 돌렸다. 중국산 가격이 680달러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520달러 물량이 있다는 것이다. 제품 사양을 들어보니 KS도 아니고 철근 타입이 국내에서 통용되지 않는 피시본 타입이었다. 수입을 해도 대형 건설현장 납품은 불가능하다. 또한 철근 리브가 국내 제품과 달라 컴플레인 발생 소지가 높은 제품이다.

오퍼상은 우선 가격이 저렴하니 구매하면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겨 있는 뜻은 문제가 발생하면 알아서 처리하고 커미션(수수료)만 챙기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을 알선하는 오퍼상이 초자라면, 모르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물량을 오퍼한 곳은 언론사에 기고도하고 강연도 하는 철강업계 최고 베테랑이다. 이름만 대면 누구인지 알만하신 분이다.

경주에 이어 포항까지 지진으로 피해를 입으면서 건축물 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국민 안전을 위해 건축물 안전과 품질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즉,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안전’이다.

그러나 종합상사가 KS 인증도 없는 제품의 신용장을 개설해주고 오퍼상은 국내에서 팔기 어려운 제품이지만 가격이 싸니 수입하라고 말한다. 돈 앞에서 철강관련 종사자의 자긍심은 바로 엿 바꿔 먹어도 되는 건지 물어보고 싶다.


윤용선 기자 yys@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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