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GMO제품을 유통시키기 시작한 것은 20여년 전부터다. 자본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식량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떠한 연구와 대책도 없이 먹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GMO표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20년 이후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세계 최고 GMO수입국가로 위상을 떨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생활에서 매일 애용하는 소주, 빵, 과자, 유제품, 음료수, 이유식 등 가공원료에는 GMO표시의무표시규정이 없다.
세계 GMO 작물 생산국은 30개국정도이며, GMO 작물 소비국은 70여개 국가다. 우리나라는 사료를 포함하여 전체GMO 작물 수입물량이 일본에 이어, 2위로 높다. 우리 국민들은 한해 쌀의 소비량이 63㎏에 비해 약 50㎏의 GMO를 섭취하고 있다. 곡물의 자급률이 20%수준인 우리로서는 전국 300여 곳에서 유럽연합의 재배기준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재배되는 GMO 옥수수•콩 등의 작물을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여기에 투입되는 농약들이 일으키는 질병은 암을 포함하여 34가지가 넘는다.
GMO에 대한 시각은 생산국과 수입국의 입장만큼이나 미국과 EU 간에도 큰 차이점이 있다. 미국은 유전자 기술이 앞서고 먹거리 사슬을 독점한 다국적 농업자본을 옹호하면서 국내 슈퍼마켓에서 팔면서 GMO식품의 안전성에 대해서 신뢰를 보낸다. 반면, 서유럽 국가의 환경단체들은 GMO 식품을 ‘프랑켄슈타인 식품’이라고 부르며, 일반대중도 기피하고 있다. 한국은 ‘웰빙붐’ 때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GMO를 기피식품 1호로 꼽기도 했지만, 현재로서도 소비자와 정부와는 시각차이가 존재한다.
생명공학은 선진국에서 매력적인 첨단산업으로 주목받으며, GMO를 개발하는 다국적기업은 지구촌이 부담해야 할 생태적•건강상의 위험보다는 엄청난 경제적 이득을 우선하고 있다. 따라서 GMO에 대해서도 선진국•후진국에 따라 명백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GMO 양산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편이고 정부입장도 GMO 작물의 생태계 오염•파괴측면과 인체에 대한 유해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서 섣부른 결론을 유보하고 있지만, 일본•중국의 시각과 비슷한 수준이다.
과학은 문명을 발전시켜온 일등공신이며, 우리 삶을 풍족하고 편리하게 하고 있다. 필자는 GMO가 미래 인류문명에 혜택을 안겨줄지, 어쩌면 엄청난 재앙이 될지는 모르지만, ‘물질적 풍요와 삶의 질이 반드시 비례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 조상들이 즐기던 콩나물국밥, 구수한 된장찌개, 얼큰한 고향의 맛이 살아있는 향토 순두부 등 국산 콩의 ‘신토불이(身土不二)’를 만끽하면서 행복을 맛보길 원하며 마루타(실험체)가 되는 상황만은 반드시 막고 싶은 것이다.
임실근 한국스마트유통물류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