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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구글에 지도 줘야 한국산업 산다"?...성난 벤처 vs 순진한 정부

구글은 왜 한국지도를 노리나?

이재구 기자

기사입력 : 2016-10-06 14:09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구 기자] ■강호인 국토부 장관의 황당 발언

“(구글에 우리나라 지도를 반출하면)우리 입지가 줄어들 순 있지만 우리가 못하는 것을 (구글이) 대신 해줄 수 있다.”
지난 달 26일 세종시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강호인 장관에게서 듣는 사람의 귀를 의심케 하는 발언이 나왔다. 구글에 지도를 주게 되면 국내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구글을 편드는 듯한 묘한 발언이었다.

그의 이 황당 발언은 최경환의원(국민의당)이 “국내 공간정보 산업계조차 (지도 반출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국토부를 비롯한 협의체에서 ‘유보’결정을 내린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하자 나온 답변이었다. (앞서 7개 정부부처로 구성된 측량성과 국외반출협의체는 지난 8월 23일 구글의 한국지도(5000분의 1수치지도)반출 허가 요청에 대해 11월 23일까지 ‘유보’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강호인 국토교통부장관은 “정밀 지도가 반출될 경우 기존 네이버 등과 같은 시장선점 대기업들의 점유율은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반면 스타트업에서는 창업기회가 높아진다”며 말그대로 궤변을 펼쳤다.

우리 산업계의 입지가 줄어들 수 있는데 그걸 구글이 대신한다는 것은 구글에 지도를 주고 우리산업계를 포기하겠다는 말로도 들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업계관계자들의 반응은 격했다.

“과연 장관이 제정신으로 직무를 수행하는 거 맞나?”라는 반응은 그나마 미지근한 편이었다. 항간에 유행하는 더 심한 말까지 나왔다.

제작비만 수조원의 가치가 되는 국가자산을 넘겨주는 문제를 가볍게 하는 장관에 대한 질타가 국회밖에서도 이어졌다. 어떻게 일국의 장관쯤 되는 사람이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에게 조차 이익이 될지 알 수 없는 사안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느냐는 분위기였다. 실제로 국내 중견, 중소 산업계는 구글에 한국지도를 줄 경우 구글쓰나미가 한국의 공간정보,IT는 물론 산업전반을 구글 생태계의 노예로 만들 것이라며 장관의 발언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공간정보산업계의 분위기는 마치 글로벌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쌀개방을 앞둔 농민의 심정같은 분위기와 흡사하다.

구글에게 지도를 줄지 여부는 전세계 국가들이 모여 합의를 도출한 자유무역협정(FTA)과도 분명히 다르다. 우리정부가 우리나라 산업과 기술발전을 보호하기 위해 지도반출허가를 안하면 그만인 사안이다. 이를 두고 결정을 ‘유보’한 것 만으로도 업계의 정부에 대한 배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강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가 이미 구글에게 지도를 주기로 작정하고 나서 슬며시 민심을 떠보는 것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그렇다면 따져 봐야 한다. 과연 우리정부가 구글에게 5000분의 1 이라는 보물같은 한국 수치(디지털)지도를, 그것도 공짜로 갖다 바치면 우리정부는 무얼 얻고, 우리산업생태계는 어떻게 되고 무엇이 남게 될 것인지를.


■공간정보 산업계의 반대 목소리...외면하는 듯한 정부의 어정쩡한 모습

지난 9월. 정부가 구글에 대한 한국지도 반출을 유보한 이후 지도관련 중소기업관계자들이 가진 한 모임은 정부가 지도를 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준다. 가히 정부성토 수준이고 업계 민심 이반에 다름아님을 알 수 있다. 여기에는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같은 대형포털과 협력하고 있는 지도 제작관련 중소벤처 기업들도 포함돼 있다. 특히 이들 토론회 대화 가운데엔 “정부가 이미 구글에 지도를 넘겨줄 방침을 정해놓고 있는 것 같다”고 믿는 부분까지 포함돼 있어 정부정책에 대한 극심한 불신의 강도가 읽힌다. 크게 5개로 요약되는 내용을 소개한다.

1)“최근 이슈들의 경우 구글의 프레임에 정부건 국민이건 다 넘어간 게 사실이다. 구글은 한국의 법률을 바꾸어 공식적으로 데이터를 국외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기를 원한다. 이미 데이터는 국내 또는 국외 업체에서 구입할 수 있으며 다만 법률제약 때문에 서비스화 하지 않은 것뿐이다. 즉 한국정부가 쇄국정책을 편다는 이미지를 주어 법률개정을 이루기 위한 전략에 넘어간 상태다.”

2)“수치지도 데이터가 개방될 경우 한국 내 상당한 산업이 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벤처 중 IT기반 벤처의 상당부분이 구글 서비스로 폐업할 가능성이 높다. 얼마 전에 구글의 ‘구글트립(Google Trip)’이라는 서비스가 론칭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고영상: https://youtu.be/ign2GmVEflw)
구글트립스 소개화면. 사진=구글/유튜브이미지 확대보기
구글트립스 소개화면. 사진=구글/유튜브

3)“지금 막 창업 붐이 되어 단체여행객이 아닌 외국인 자유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들이 밖으로는 외화획득 및 안으로는 고용창출 및 내수 증진에 힘쓰고 있지만 구글이 들어오면 대부분 폐업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날 수 있는 효과는 있지만 국내 영향은 대부분 서비스업에만 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IT분야 및 빅데이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카(자율주행차) 분야는 피어보지도 못하고 고사할 위기에 처해 있다. 결국 제조분야도 중국에 우위를 뺏기고 문화관광과 연관된 지식·산업분야도 뿌리내리지 못하게 된다.”

4)“이미 한번 유보된 상태를 보아 결국은 국외반출을 허락할 것이라고 판단되는데 우려스럽다. 국가가 국내산업 보호 및 자국민을 보호하지 않고 외국계 대기업의 막대한 이득을 주는 셈이다. 어차피 정부의 보호받지 못할 상황이라면 스스로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관광산업의 분야별 특성이 매우 다를 수 있다는 점(인바운드, 아웃바운드, 시설기반형, 서비스형, IT형 등)은 인정된다. 정말 아쉬운 것은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자국이득을 위해 보호정책을 쓰는데 한국은 그런 것이 없다는 점이다.”

5)“구글이 진정 원하는 것은 한국 내 빅데이터 수집이다. 수집된 데이터로 신규산업분야의 코어플랫폼을 장악하고자 하는 속셈이다. 커넥티트카, M2M산업 등 데이터를 이미 구글지도 및 서비스 사용자로부터 장기간 수집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구글에 한국의 5000분의 1 지도 반출을 허락할 경우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든 국가 인프라 정보를 무상으로 넘겨주고 구글이 한국에서 신규산업에 뿌리를 내일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내 스타트업 및 산업은 붕괴될 것이 자명 한 일이다.”

또다른 공간정보업계의 한 인사는 “만일 정부가 5000분의 1 지도 공짜 반출을 허용하면 향후 혈세를 들여 업그레이드할 5000분의 1 지도도 공짜로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게 말이 되냐? 도대체 정부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구글에 5000분의 1 지도 반출을 허용하면 구글은 그 막대한 자본력으로 한국의 15개 항측회사 가운데 한두개만 인수해 맘대로 업데이트해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이미 줬기 때문이다. 이게 말이되나?”라고 힐문했다.

또다른 IT업계 관계자는 “향후 엄청난 경제적 성과를 따먹게 될 구글에게 반출을 허가할 경우 공짜로 주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우리정부는 왜 구글에게 지도사용료를 받는 논의조차 하지 않는가. 구글은 10억 사용자를 두고 있는데 가입자 숫자기록으로 1인당 사용료를 연간베이스로 받는 방법 등을 빨리 검토해야 한다. 이른바 구글법도 만들어야 한다. 우리기업에도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정한 것 아닌가?”라 주장했다.

물론 네이버나 다음 역시 그동안 이분야에 투자를 소홀히 한 부분에 대해서 면책받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구글에 대해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포문을 연 부분은 현실그대로다.

한 IT사장은 “네이버나 다음의 엔진은 DB수준이 아니냐, 구글에 지도를 주면 전산업에서 최대 피해자는 네이버, 다음이 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무너지게 될 LBS생태계...김기사만든 박종환씨의 우려

우리나라 공간정보관련 산업규모는 7조5000억원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산업은 단지 이정도에 그치지 않고 제조,유통,수출, IT,통신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글에 5000분의 1 지도를 반출하고 나면 어떤 후폭풍에 올지에 대해서는 ‘김기사’로 유명한 박종환 전 록앤올 대표(현 카카오이사)의 사례만한 것도 없다.

그는 구글이 일본정부가 공짜로 제공한 지도를 가공해 서비스 하면서 일본 진출하려는 그에게 엄청난 지도사용료를 요구했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을 통해 올렸다. 공짜 지도가 유료지도로 부메랑처럼 돌아온 대표적 사례를 전했다.

그는 지도 반출을 통해 국내에서 구글 지도 비즈니스가 본격화되면 공간산업 생태계가 훼손되면서 제2의 김기사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종환 카카오이사. 사진=박종환 페이스북 이미지 확대보기
박종환 카카오이사. 사진=박종환 페이스북

박종환씨는 “구글이 우리 지도를 가지고 본격적인 비즈니스를 한다고 해서 세금이 늘어나거나 고용이 늘어나기는 만무하다”며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국의 GIS, LBS 관련 분야 생태계 훼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글이 가져가려는 대한민국 정밀지도는 그동안 십수년간 세금을 들여 만든 공공재”라며 “공공재를 활용해서 비즈니스를 하려면 자국민의 이익(고용창출, 세금, 관련 분야 생태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종환씨는 “그동안 수천억 이상의 세금이 들어간 정밀지도를 구글이 단독 몇 푼에 가져가겠다고 한다”며 “구글은 정밀지도를 스마트카에 적용해 고급 빅데이터를 만들고, 대한민국의 실시간 교통상황, 상권분석, 주변 POI 검색 등 고급 데이터를 만들어 비싸게 팔거나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해외진출을 원하는 공간정보기반 IT산업이 막히게 될 암울한 미래에 대해서도 예견했다.

“현재 일본에서 구글이 펼치고 있는 비즈니스를 보면 답이 나온다..몇 년 전 일본에서 내비게이션 사업을 하기 위해 구글에 관심점(POI) 검색을 위한 API 제공을 의뢰했으나 엄청난 금액의 사용료를 달라고 해서 포기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엄청난 지도사용료를 물렸다는 얘기였다. 박 대표는 “관련 업계 생태계 훼손이 불보듯 뻔한데 이런 생태계에서 제2의 김기사가 과연 나올수 있을까”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록앤올은 지난해 6월 카카오에 인수됐고, 김기사는 현재 ‘카카오내비’라는 명칭으로 바뀌어 서비스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비명...사악한 구글과 순진한 장관

한국의 전 산업계가 이처럼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정부는 구글의 한국지도 공짜 반출 요구를 과연 그대로 들어줘야 할까?

2010년 1월 구글의 제품관리 총괄임원인 조너선 로젠버그가 구글의 직원들과 공유하고자 썼다는, 그리고 구글코리아 직원들과도 공유한 블로그는 구글의 장삿속을 웅변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그의 글은 그동안 수차례 한국의 산업을 혁신하고 도움을 주겠다고 한 것은 한국산업계를 위한 것(이타심)이 아니라 혁신적 기술력을 제공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 이익을 얻기 위한 것임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개방된 시스템에 대한 우리의 의지는 이타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업을 위한 것입니다. 개방적인 인터넷은 연속적인 혁신을 만들어 사용자를 유인하고, 산업 전체를 성장시키기 때문입니다.”
-제품관리 총괄 임원 조나단 로젠버그

로젠버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의 “(구글에 우리나라 지도를 반출하면)우리 입지가 줄어들 순 있지만 우리가 못하는 것을 (구글이) 대신 해줄 수 있다”는 발언이 얼마나 순진한 생각인지 극명하게 알 수 있다.

이재구 기자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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